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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실미도 흥행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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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실미도 흥행의 수수께끼

입력
200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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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관련영화가 제작될 것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누군가가 좋은 소재에 착안했구나 생각했다. 동시에 '이런 성격의 사건비화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구나' 하는 금석지감이라 할까, 여하튼 시대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등의 면면이 찍힌 포스터를 보았을 때 이 영화가 어쩌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언론에서 1000만 관객돌파의 신기록을 예상할 때 무언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설마 1,000만까지?

조금씩 흥행의 수수께끼에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내가 한 생각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역사의 철제 금고 속에 감추어져 있는 진실에 대한 호기심. 둘째, 역사적 지식에 대한 요구. 셋째, 풀 뿌리 민중에 대한 관심. 넷째, 남북 분단의 민족적 비극에 대한 새로운 역사인식.

마침 강의하는 학교 근처에 한물간 영화를 조금 싼값으로 상영하는 극장이 있어 며칠 전 그곳에서 드디어 '실미도'를 볼 수 있었다. 보고 나서 10대에서 60대까지 모든 세대를 영화관으로 끌어들인 '실미도'의 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덧붙였다.

자식이나 남자 친구를 군대 보낸 이 땅의 모든 여인들의 아픔, 군대 경험이 있는 이 땅의 모든 남자들의 추억과 모성 콤플렉스, 범죄자로 구성된 특수부대의 훈련과정이 주는 장르영화의 재미, 단순한 악당으로 묘사된 중앙정보부가 70∼80년대에 군사독재를 경험한 30∼40대에게 제공하는 만족감, 80년대 '영웅본색'같은 홍콩영화가 성별을 불문하고 길들여놓은 남성적 의리에 대한 찐한 감동.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전율시킨 것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더 나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70, 80년대 식으로 구성한 '서편제' 풍의 그 촌티 나는 화면!

/박성봉 경기대 교수 다중매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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