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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속철 승객만 눈에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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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속철 승객만 눈에 보이나

입력
200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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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가 개통 10일이 넘도록 하루 2건꼴로 고장나 이용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철도 당국은 운행 중 정지의 원인이 고장이 아니라 장애라고 주장한다. 외국과 비교할 때 운행 초기의 상황은 오히려 나으며, 장애의 원인도 고장을 막기 위한 첨단 예방장치의 작동이나 경미한 부품 하자라고 설명하고 있다.그러나 경미한 하자라도 없어야 하겠고, 첨단 장치에 제대로 적응하고 다루도록 기관사와 승무원들을 더 훈련시켜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미 강조한 대로 고속철은 사소한 사고만으로도 대형 피해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운행시스템은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이며, 묵은 뉴스를 방영하는 TV모니터 등 서비스의 내용에 대한 불만도 커져 간다.

이처럼 고속철 자체의 개선할 사항도 많지만, 고속철 운행으로 오히려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더 문제다. 국민 모두가 고속철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철도 운행체계를 고속철 위주로 편성함에 따라 일반 열차의 운행 횟수는 줄어들고 정차역은 늘어났으니 불만이 쌓이지 않을 리 없다. 특히 정기 이용자들의 피해가 크다. 갑자기 평일 요금할인제를 없애고 승차 전 해약자에 대한 위약수수료 부과제도를 도입한 것은 승객들을 무시한 처사다. 사실상 요금을 올린 데 대해 항의가 잇따르자 인하방침을 발표하고 운행도 다시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은 사려깊지 못한 행정의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고속철 개통 전의 보편적 관심사는 국민생활과 지역개발에 미치는 영향, 경제적 유발효과, 수도권 집중 완화여부였다. 그러나 그런 것을 따져 볼 새도 없이 고장철이라는 별명을 얻은 채 엉뚱하게 열차 이용자들의 계층화로 인한 갈등까지 조장한 꼴이 돼 버렸다. 이렇게 하자고 그 엄청난 돈을 들여 고속철을 만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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