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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성남시립병원 건립싸고 시민-市·의회 "전면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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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성남시립병원 건립싸고 시민-市·의회 "전면전" 양상

입력
200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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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성남으로 이사온 주부 남은경(38·중원구 은행1동)씨는 요즘 수지침을 배우고 있다. 전신마비증을 앓고 있는 남씨는 호기심 많은 4살짜리 딸아이가 행여 이물질이라도 삼키면 당장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지만 수정구, 중원구 등 구시가지에 그나마 응급실을 갖춘 병원은 소규모인 성남중앙병원(292병상)이 유일하다. 지역 응급의료센터를 갖춘 종합병원을 찾으려면 30∼40분 걸려 분당으로 나가야 한다. 마비를 지연시킬 수 있는 수지침은 몇분 사이에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응급상황에 대비한 남씨의 생존법인 셈이다.

55만명에 종합병원은 사실상 하나

남씨를 더욱 분노케 한 것은 지난 달 24,25일 열린 성남시 의회. 1만8,252명의 서명으로 지난해말 의회에 상정된 '지방공사성남의료원 설치조례'는 상임위에서 심의가 보류됐고, 폭력행위가 발생하는 곡절 끝에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못했다. 이후 시의회의 시민에 대한 형사고발, 시의원의 의회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이어졌고 시 게시판은 "목숨을 여벌로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생명을 가지고 저울질하지 마라"는 시민들의 원성으로 도배질이 됐다. 남씨 역시 "시립병원건립조례가 다음달 의회 회기에도 거부된다면 의회 앞에서 쓰러질 때까지 1인 시위라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남 구시가지의 의료공백은 지난 해 수정구의 인하병원(474병상)과 성남병원(250병상)이 경영적자를 이유로 문을 닫으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인구 55만명의 구시가지에 종합병원 하나만 남게 됐기 때문. 인구 41만명인 분당신도시에 종합병원 3개(총 1,752병상)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의 고집'이 가장 큰 걸림돌

전국 최초로 시민발의까지 해 시립병원건립조례를 상정한 시민들의 거센 요구와 달리 시는 국립의료원 지정신청, 대학병원 유치 등을 주장하며 시립병원건립 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시의 표면적 반대이유는 예산문제. 시립병원 개원 초기에만 1,200억원이 필요하고, 매년 2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주장이다. 대신 시는 대학병원 유치가 최적의 대안이라며 최근 수정구 신흥동 시유지를 종합의료시설부지로 용도변경중이다.

시는 또 임시방책으로 시민들에게 지난달 옛 인하병원 자리에 문을 연 예일병원(100병상)을 이용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사 12명 뿐인 이 병원은 응급실 운영은 고사하고 병원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질지 시민들은 반신반의하고있다.

반면 지역 시민단체 등은 저소득층이 많은 성남 구시가지의 특성상 '돈벌이가 목적'인 대학병원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년 적자 20억원은 보건소 1개 운영비 정도에 불과하고, 시립병원의 경우 초기 건설비용의 75%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보전해줘 예산 규모가 연 1조2,000억원이 넘는 성남시에는 큰 부담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성남시립병원 설립을 위한 범시민추진위 김현지(30) 사무국장은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에 떠밀리는 식으로는 시립병원 건립을 하지않으려는 시장의 고집과, 시장 눈치보기에 급급한 일부 시의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다음달 임시회 때 꼭 조례가 상정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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