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차인표 조재현 주연의 '목포는 항구다'가 개봉했을 당시 많은 평론가와 기자들은 혹독한 비판을 했다. 기존 조폭 코미디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끊임없는 엽기와 욕설의 연속이다는 것이 비판의 요체다. 그러나 이 영화는 180만명이 봤다.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작품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 작품을 선택하고 즐거워 한 관객 180만명을 '이상하고 불순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 역시 커다란 편견이다.최근 목사 한 분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관련해 글을 썼다. 핵심은 '패션…'이 예수의 마지막 12시간 수난에 대한 할리우드식 하드고어 영화이자, '브레이브 하트'에서 보여준 멜 깁슨 감독의 가학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4개 복음서에 기록된 내용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영화일 뿐이라고도 했다. "역사적 개연성을 상실한 채 잔혹극의 리얼리티가 넘쳐 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평생을 독실한 신앙생활을 한 목사님을 상대로 감히 반론을 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감독이 만약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해석을 했다면, 예를 들어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가 동거를 한 것으로 그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예수의 마지막 유혹'처럼 과격했다면 또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이런 궁금증과 반박은 그냥 속으로만 삭힐 뿐이다.
그러나 '패션…'의 잔혹성을 비판하는 많은 글에서 "영화가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 느끼는 감동은 철저히 왜곡된 것"이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놀라운 비약이자, 오만이다. 과연 관객의 충격과 눈물은 단지 잔인한 가학행위에 기인한 1차원적 반응일까. '예수의 육신에 내려쳐진 채찍질이라는 게 저 정도로 가혹한 것이었나'라는 충격 뒤에 찾아오는, 인류의 죄를 대속한 '사람의 아들'에 대한 경외심과 안쓰러움은 왜 무시하는 걸까.
최근 영화 출구조사 전문기관인 (주)데이브 앤 파트너스가 '패션…'을 본 관객 32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독교인의 88.4%, 비기독교인의 61.7%가 '감동적'이라고 답했다. 심지어 비기독교인의 43.8%는 '주위에 추천하겠다'고까지 했다. 지금까지 이 영화를 본 100만 관객의 눈물을 정교한 할리우드 폭력영화에 길들여진 저급한 육체적 반응이라고 폄하하는 것이야말로 관객을 두 번 울리는 일이다.
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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