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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46>잇몸질환 잘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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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46>잇몸질환 잘 생기나

입력
2004.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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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출산 폐경은 여성건강 심지어 치아건강에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처녀 적 가지런하던 이가 출산 후 갑자기 흔들리고 치열이 흐트러질 때, 폐경기를 맞으면서 잇몸이 내려앉고 이 뿌리가 드러날 때, 여성은 건강한 이를 간직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문득문득 실감한다. '애 하나에 치아 하나를 잃는다'는 옛말이 왜 영양이 넘쳐흐르는 요즘 여성에게도 여전히 적용되는 걸까. 건강한 치아미인이 되려면 어떤 걸림돌을 극복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여자는 남자보다 충치가 많다?

여자는 남자보다 충치가 심하다. 격차가 크지는 않지만, 서울대치대 예방치학교실 백대일교수팀이 2000년 조사한 5세 어린이의 유치 우식증(충치) 실태에 따르면 유치 우식 경험률이 남아는 82.54%, 여자는 84.14%로 나타났다. 12세에서 74세에 이르는 남녀 충치환자의 영구치 우식 경험률도 연령에 따라 차이는 달랐지만 3∼14%포인트 정도 여성이 남성보다 계속 높았다.

왜 어린아이까지도 여자의 치아는 남자보다 약할까? 유전적으로 여자는 이가 잘 썩는 무슨 나쁜 인자라도 지니고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남자보다 단 것을 즐겨먹고, 구강위생 관리를 게을리하기 때문일까?

백교수는 "현재 추측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성장발육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장이 빨라 유치가 나오는 시기도 남자보다 빠르고, 그만큼 충치를 발생시키는 병원균에도 일찍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백교수는 "같은 또래 남녀아이를 비교해보면 여자아이들이 이도 빨리 썩고, 충치도 훨씬 심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충치는 한번 발생하고 나면 일평생 흔적이 남게 된다. 따라서 충치 경험률의 남녀차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된다.

잇몸질환에 영향 미치는 사춘기 성호르몬

잇몸질환 발생에서 남녀별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사춘기의 시작, 결혼과 출산, 폐경 등 생애 고비마다 여성은 심각한 잇몸질환을 겪을 수 있다. 사춘기에는 갑자기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 같은 성호르몬 양이 증가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 소녀들은 생리 기간중 잇몸질환이 생겼다는 사실을 거의 깨닫지 못한 채 넘겨버리지만 민감한 소녀들은 잇몸 통증이나 출혈을 호소한다. 특히 평소 제대로 칫솔질을 하지 않아 플라그나 치석이 생겼다면, 이 플라그나 치석에 들어있던 세균들이 잇몸 속에 침투, 잇몸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비염이 있어,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쉬는 습관을 가진 소녀들은 잇몸에 염증이 더 잘 생기게 된다. 11∼13세에 주로 발생하는 유년성 치주염의 경우 소년보다 소녀의 발병률이 높았다.

한편 여자는 월경 기간중 입냄새도 심해진다. 난소에서 분비되는 황체 호르몬이 체내 황화합물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잇몸질환 있으면 저체중아 조산아 낳는다

'애를 가진 후 잇몸이 벌겋게 변하고, 들뜨더니 이가 약간씩 흔들리기까지 해요' '이가 솟구치는 느낌이에요' '사과를 베어 물 때 잇몸에서 피가 나요' '딱딱한 것은 제대로 못 씹어요.' 임신 중일 때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러한 호르몬 변화 때문에 임신부의 잇몸은 말랑말랑해지고, 붓고, 입안도 산성으로 변한다. 입안에는 늘 어느 정도의 세균이 존재하는데 임신을 하면 호르몬 변화로 세균 수가 갑자기 늘어나게 되고 이로 인해 잇몸 또한 매우 민감해진다. 특히 평소 잇몸 질환이 있던 여성은 잇몸이 심하게 붓고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임산부들이 잇몸질환을 느끼기 시작하는 때는 임신 2∼3개월부터. 염증은 8개월까지 지속되다가 9개월쯤 되면 줄어든다.

연세대치과대학병원 치주과 조규성 교수는 "이런 잇몸질환(임신성 치은염)을 임신부의 30∼60%가 경험하게 된다"면서 "특히 임신 전 잇몸 질환이 있을 경우 아주 심각하게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특히 임신성 치은염의 경우 저체중 조산아를 낳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 중인 여성들은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칫솔질도 게을리하게 되는데다 식욕이 왕성해져 단음식도 많이 먹고 간식도 자주 먹기 때문에 구강질환이 쉽게 생긴다"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칫솔질만은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덧이 심해 칫솔질을 하기 힘들 때엔 양치용액이라도 사용, 입안을 자주 헹궈내도록 한다. 양치용액은 칫솔질을 대신 할 만큼 강력한 항세균 효과는 없다.

임신성 치은염은 흔하고 가벼운 질환이라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제대로 관리하지않고 방치할 경우 임신 말기 아주 심한 염증상태(임신성 종양)로 진행될 수 있다. 임신성 종양이란 암적색 염증 덩어리가 버섯 모양으로 커진 상태로, 암은 아니다. 호르몬제인 먹는 피임약이나 갱년기치료제도 잇몸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신기간 중 치과 치료 가능한가

임신을 했다면 첫 3개월은 태아의 장기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또 마지막 3개월은 유산의 위험 때문에 응급상태가 아니라면, 일반치과치료는 미루는 것이 좋다. 태아와 산모에 비교적 영향을 덜 미치는 임신 4∼6개월 사이엔 간단한 치과 진료정도는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말감 치료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독일에선 임신부와 5세 이하 어린이에게는 아말감 치료를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스웨덴에서는 아말감 치료를 아예 금하고 있다.

조교수는 " 결혼을 앞둔 여성이고, 2세 계획이 있다면 임신 전 반드시 치과 검진을 통해 치은염이나 충치가 있는지 체크해보고, 예방차원에서 스케일링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 이라고 제안했다.

폐경 여성의 입마름증도 잇몸질환 원인

구강 점막은 깨끗하고 건강한데 갱년기 장애와 동반돼 입안이 타는 듯한 증상을 호소하는 중년 여성들이 많다. 조교수는 "이는 호르몬 변화로 인한 신체변화"라면서 "50세 이상 여성들이 이런 증상을 호소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얼굴이나 팔다리 피부의 탄력이 사라지듯, 입안 점막 역시 두께도 얇아지고, 내부도 건조해지게 된다. 자정능력이 있는 침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입안은 더 유해한 환경이 되기 쉽다. 일부 중년 여성들은 입마름증을 피하려고 사탕을 즐기는데, 사탕은 세균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선 갱년기 노화 증상이 아니라, 틀니재료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당뇨병이나 철분, 단백질 부족 때문에 입안이 화끈거릴 수도 있으므로 구강 작열감이 심하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정밀 검사를 받아 원인을 찾아보도록 한다.

골다공증으로 고통받는 여성이라면, 치아의 골밀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골다공증이 심해지면 치조골(이가 박혀 있는 뼈)도 약해지게 돼, 이가 흔들리고 심하면 빼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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