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이 선거운동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라는 구호에 걸맞지 않는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옛날과 다를 게 없다"는 비난까지 나올 정도다. 선거운동원과 유권자들이 돈을 주고받다 무더기로 검거되는가 하면 인터넷 등을 통한 근거 없는 비방과 흑색선전도 난무해 적지 않은 후유증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돈 주고받다 줄줄이 구속
경북경찰청은 11일 청중을 동원해 준 대가로 영주의 한나라당 선거운동원 13명에게 30만원씩이 든 돈봉투를 돌린 혐의로 박모(54)씨를 긴급체포하는 한편, 돈을 받은 13명을 붙잡아 조사중이다. 구미에서도 유권자 박모(62)씨가 열린우리당 선거운동원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52만원을 받았다고 신고해 와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돈선거 구태가 고개를 들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도 선거운동에 적극 나서달라며 돈을 건넨 민주당 간부 안모(67)씨가 구속됐다.
이에 앞서 경북경찰청은 10일 예비후보자로부터 1인당 10만∼60만원씩을 받은 혐의(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위반)로 문경시 점촌동의 김모(45·자영업)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흑색선전·폭력 난무
특정후보와 정당을 근거없이 비방하는 흑색선전도 입건된 선거사범의 12%선을 차지할 만큼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모 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대통령과 특정정당을 비방하고,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글을 350여차례 올린 혐의로 충북도청 공무원 박모(48)씨가 11일 경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오세헌 부장검사)는 10일 인터넷 게시판 등에 특정후보와 정당에 대해 흑색선전을 한 혐의로 김모(26·회사원) 송모(48·무직)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8일 부자재투표에 앞서 강원지역 군부대에 특정 정당 및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정체불명의 편지 수천통이 우송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폭력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11일 새벽 1시께 경기 이천시 창천동에서 이천·여주의 모 정당 후보 선거운동을 돕던 전 선거사무소장 전모(43)씨가 귀가 길에 30대 남자 2명으로부터 주먹과 발로 얼굴을 수차례 폭행당해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선거 막바지 정당간 과열경쟁으로 인한 폭행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에 앞서 9일 선관위의 불법선거운동 단속을 방해하며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모 정당 현역의원이 고문으로 있는 산악회원 김모(57)씨와 청년당원 염모(35)씨를 구속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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