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출신인 한길로(42·사진)씨가 지난 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민간 법의학전문기관인 서울법의학연구소를 열었다. 이 연구소는 사체 검안과 부검 등 사인 규명을 전문적으로 담당한다.
"부검을 담당하는 의사들의 가장 큰 꿈은 현장에 나가 사체를 보고 직접 사인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조심스레 첫발을 내딛었죠."
한씨가 국과수에 들어간 것은 2000년 11월이었다. 1997년부터 고려대 의대 법의학교실에서 교수로 일했지만 현장에 대한 매력을 버리지 못한 것. 하지만 국과수 생활도 한씨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국과수는 부검만을 담당하고 있는 데다가 그마저 인력 부족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발생 후 사인규명에 가장 많은 단서를 확보할 수 있는 사체 검안이 허술한 것도 한씨가 연구소를 차린 계기가 됐다.
한씨가 연구소 개소 이후 수임한 일은 벌써 10여건에 달한다. 변사사건이 발생해 일선 경찰서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직접 현장에 나가 사체를 보고 검안서를 올리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씨는 "우리 연구소가 허술한 검안제도를 보완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마냥 뿌듯하다"며 "현장 업무를 중시해 억울한 죽음을 없애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후진들이 많이 뒤따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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