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원주에서 열린 2003∼04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원주TG삼보에 83―71로 승리하고 5년 만에 통산 3번째 우승을 이룬 전주 KCC 선수단은 경기 후 서로를 치하하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KCC의 우승은 구단의 지원과 최강의 베스트 5, 신선우 감독의 빼어난 용병술 등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였기 때문.2002∼03시즌이 시작하기 전 많은 농구 전문가들은 막강한 토종 라인업(이상민―추승균―전희철)을 갖춘 KCC의 정상 진입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정반대였고 9위라는 창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바로 용병이 부실했기 때문. KCC는 올 시즌 용병 드래프트에서 각 구단이 눈독을 들였던 찰스 민랜드를 1순위로 뽑는 행운을 잡았고 민랜드는 득점왕에 올라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팀은 민랜드 하나만 가지고는 김주성이 가세해 용병 3명이 뛰는 격인 원주 TG삼보의 전력에 비해 열세라고 판단, 지난해 12월 '캥거루 슈터' 조성원을 데려와 외곽의 약점을 보강했다. 급기야 지난 1월 안팎의 비난을 감수하며 같은 현대 계열의 울산 모비스로부터 장신센터 R.F 바셋(202.4㎝)을 임대형식으로 데려오는 무리수까지 강행했다. 파워를 겸비한 바셋으로 철옹성을 쌓은 KCC는 드림팀에 가까웠다.
현역 최고의 베테랑 감독이 이끄는 KCC는 심리전에서도 TG삼보를 압도했다. 신선우 감독은 챔프전서 TG의 키플레이어인 앤트완 홀의 마크맨을 수시로 바꾸는 변칙 매치업으로 신경을 건드렸고 흥분한 홀은 외곽슛을 남발, TG의 패인이 됐다.
신 감독이 오랫동안 고집했던 특유의 '토털 농구'를 과감히 버린 것도 성공의 열쇠였다. 팀 컬러가 분업 농구로 회귀한 것. 전원 포스트업, 전원 외곽슛이 가능한 토털 농구를 버리고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를 모았다.
그러나 우승의 일등공신은 무엇보다 '야전사령관' 이상민이었다. 송곳 패스와 탁월한 완급 조절능력으로 팀의 공수를 조율한 이상민은 최고의 영예인 MVP마저 거머쥐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 KCC우승 뒷이야기
○…'긴급 영양제에 새벽 3배(三拜), 행운의 갈비찜까지…' KCC의 우승 뒤에는 갖가지 화제가 넘쳐 났다.
이번 챔프전에서 상승세를 탄 것은 6차전을 잡고 기사회생한 TG삼보였다. 노장들이 많은 KCC로선 7차전이 체력싸움에서 갈릴 것으로 판단했다. 이중길 단장이 비책을 뽑아 들었다. 8일 6차전 패배 직후 숙소로 돌아가면서 팀 지정병원인 전주 고려병원에서 영양제 20병을 가져올 것을 지시, 지친 선수들에게 다음 날까지 두 차례 주사를 맞힌 것. 결국 승부처가 된 3쿼터 중반 KCC 선수들은 체력에서 우위를 점했고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우승축포가 터진 직후 연규선 사무국장은 "우리의 정성에 하늘이 감동했다"며 또 한가지 비화를 털어놓았다. 연 국장은 6차전이 끝난 뒤인 한 밤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2홉들이 소주병을 들고 숙소인 오크밸리를 빙빙 돌며 동서남북에 술을 따르고 3배를 올렸다는 것. 사람이 보면 안 된다고 해서 숨었다 나오길 몇 차레나 반복했다. 선수들이 이를 밟고 지나가야 이긴다는 말 때문에 각 방 앞에도 한 병씩 붓는 바람에 이날 무려 20여병의 소주가 뿌려졌다. 이 비방을 전한 주인공은 추승균의 어머니 최춘자씨 였다고.
○…"7차전 승리의 수훈갑은 R,F 바셋." 전날 저녁 식사 때 바셋이 갈비찜을 마구 먹어대자 걱정이 된 신선우 감독은 "살찐다 그만 먹어라, 리바운드는 3개밖에 못하면서…"라며 혀를 찼다. 그러나 신 감독이 딴 곳을 보는 사이 계속 갈비를 집어 들던 바셋은 미안했는지 신 감독에 악수까지 청하며 "내일은 리바운드 15개를 하겠다"고 선언. 바셋이 다음날 거짓말처럼 15리바운드를 잡아내자 신 감독은 '승리를 부른 갈비찜'이었다며 바셋의 공로를 높이 치하했다.
/박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