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호'라구요? 일하는 데 여성, 남성 구분이 따로 있나요? "11일 우리은행 인사에서 서울 강남권의 전략요충지인 송파영업본부장으로 발탁된 황의선(53·현 학동역지점장)씨. 이번 승진인사로 우리은행의 '여성 영업본부장 제1호'로 기록된 그는 "여성이란 이유로 기회의 차별을 받은 적도 없지만 혜택을 받은 것도 없다"며 "능력을 인정해준 만큼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행의 영업본부장은 일선 지점장 30∼40명을 수하에 거느린 야전사령관. 남다른 영업수완과 실전경력, 탁월한 조직장악력과 리더십을 고루 갖춘 최고 베테랑들만이 오를 수 있는 요직 중 요직이다.
황씨가 뭇 남성 경쟁자들을 제치고 야전사령관에 올랐다는 것은 은행 내에선 '뉴스'가 아니다. 그의 '화려한 이력'이 잘 말해준다.
그는 1970년 숙명여고 졸업과 동시에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공채 1기로 입사한 고졸 출신 행원이다. 비록 고졸 학력이지만 대졸자들도 쩔쩔매는 책임자급 승진시험에서 전과목 수석으로 합격, 은행 내에선 이미 유명인사가 됐고 우수한 영업실적 덕분에 여행원으로선 처음으로 해외연수도 다녀왔다. 1979년 은행 최초로 여성 심사역으로 발탁돼 5년 넘게 기업 심사분야에서 폭넓은 경력을 쌓았고 96년 동기 중 선두로로 일선 지점장에 발탁됐다. 이후 서울 양평동, 목동, 학동역 지점장 등을 거치는 동안 영업실적이 전국 지점 상위 10위 밑으로 내려간 적이 거의 없다. 지난 해 하반기에는 그가 맡은 학동역지점이 방카슈랑스 판매 우수지점으로 선정돼 표창을 받기도 했다. 미혼인 그는 "30여년 동안 은행 일에 쫓기다 보니 은행과 결혼한 셈이 됐다"고 말한다. 그만큼 일에 관한 한 누구보다 열성적이다. 황씨는"매일 출근하는 순간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잊는다"면서도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영업실적의 비결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고졸 출신이지만 한번도 학력의 한계를 느낀 적이 없다는 그는 "남들처럼 일부러 간판을 만들기 위해 야간대학이라도 다닐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며 "각종 사내외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해 공부한 것만으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최초의 여성 영업담당 임원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황씨는 "은행에서도 훌륭한 여성 지도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사진=손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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