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우리와 함께 그 꿈을 이루게 될지도 모릅니다."매주 일요일 저녁 7시40분, 중국 CCTV 2채널의 '비상(非常) 6+1'(사진)은 이런 거창한 멘트로 시청자들을 불러모은다. 제목을 우리 말로 옮기자면 '특별한 6+1'. 한 번쯤 화려한 무대를 누비고 싶다는 일반인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다.
신청자들 가운데 선정된 3명의 출연자가 6일간의 훈련을 거친 뒤 무대에 올라 노래, 춤, 연극, 패션 쇼 등 제각기 공연을 펼친다. 평가는 방청객의 몫. 1등에게는 '특별한 스타'라는 호칭이 주어진다. 공연 사이사이 시청자 참여시간도 있다. 우리 돈 약 50만원 미만으로 이룰 수 있는 작은 꿈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면, 이 중 몇 명을 뽑아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다.
요즘 중국에서는 '진짜 사람 쇼'라고 불리는 이런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해 10월 첫 방송한 '비상 6+1'은 단숨에 CCTV 2채널의 시청률 수위를 차지했다. 첫 방송이 끝난 뒤 2시간 동안 시청자들이 제작진에게 보낸 메일이 1,300통, 문자 메시지가 11만개에 달했다. CCTV가 시청자와 문자 메시지 교류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최고 기록이다.
CCTV 3채널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30분에 방송하는 '탸오잔주츠런(挑戰主持人)'도 인기가 높다. 우리 말로 풀면 '도전 사회자'라는 제목 그대로 일반인들이 MC가 되어 기량을 겨루는 프로그램. 4명의 출연자는 즉석에서 제시되는 화제를 가지고 1분간 사람들을 즐겁게 이끌어간다. 매 관문마다 방청객에게 "누가 제일 재미 없었는가"를 물어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중국에 '진짜 사람 쇼'가 등장한 것은 2000년. 미국에서 '서바이버'를 비롯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그 여파가 중국까지 미친 것이다. 미리 각본이 짜여져 있지 않고, 그래서 좀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시청자들은 바로 그 점에 열광한다. 평범한 '진짜 사람들'이 꾸며 색다른 매력이 있을 뿐 아니라, 나도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이처럼 일반인 참여 방송이 봇물을 이루자, 지난달 방송규제기관이 새 규정을 내놓았다. 일반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생방송을 하더라도 최소 20초이상 시차를 두고 지연방송을 해야 하며, 이런 장비를 갖추지 못한 방송사는 생방송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혹시라도 반정부발언 등 돌발적인 행동이 튀어나오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저 쇼로서 이 프로그램을 즐긴다. 얼마 전 해방일보에는 '진짜 사람 쇼의 성공은 보통 사람들의 승리'라는 기사가 실렸다. 광고주들의 발길도 몰리고 있다. 중국에서도 드디어 '보통 사람들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재민·중국 베이징대 박사과정(중국 문화 및 매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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