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파병국들이 함께 '긴급 호소'를 내는 것이 어떨까."이라크에서 발생한 일본인 3명의 납치사건과 관련, 국제정치학자인 와타나베 히로다카(渡邊啓貴) 도쿄(東京)외국어대 교수가 10일자 아사히(朝日)신문 기고를 통해 밝힌 제안이다. 그는 "자위대의 부흥지원활동은 미국에의 지원이 아니라 이라크 국민에 협력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아시아 파병국들의 연대가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생각해보면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냥 좋아서 이라크에 파병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전쟁, 좀더 심하게 말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쟁에 절반 이상은 강요된 파병을 했다. 영국처럼 처음부터 미국과 같은 전략적 이해를 갖고 '참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프랑스나 독일처럼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며 파병을 거부할 입장도 아니었다. 미국의 안보 우산 속에 있는 아시아 동맹국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난해 말 이라크 티그리트에서 일본 외교관 2명과 한국 기업 기술자 1명이 무장세력에게 살해됐다. 이번에는 한국인 목사들과 일본 민간인들이 인질로 잡혔다. 전투활동이 아닌 인도·재건 지원에 주력하고 있는데 미군과 동일시되고, 테러의 표적이 되는 것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이라크와 아무런 원한이 없는 아시아 파병국들이 자신들의 특수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만 할 때가 된 것이다.
"그게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책본부에서 전화통이나 붙들고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는 편이 백배 낫다. 와타나베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의 연대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 일정한 억지력을 갖는 것도 된다"고 덧붙였다.
신윤석 도쿄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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