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를 두고 번번이 충돌해 온 신용카드 업계와 유통 업계가 이번엔 '리베이트 분쟁'에 휩싸였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카드 승인 대행업체(VAN사)들로부터 수입 수수료의 80∼90%를 리베이트로 요구하는데 대해 카드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VAN사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 출혈 경쟁에 돌입하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과다한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등 횡포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VAN사는 신용카드 거래 승인 시 카드 정보와 거래 정보를 해당 카드사에 중계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업체로, 3∼4년 전 한국정보통신(KICC) 등 3개 업체에 불과했지만 최근 대기업 계열사들의 잇단 진입으로 13개 업체로 늘어났다. 현재 이들의 매출 규모(승인 수수료)는 2,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형 유통 업체들은 수의 계약을 통해 매장에 들어 올 VAN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매출 승인 건 당 최고 70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AN사들은 카드사들로부터 승인 대행 수수료를 건당 80원 가량 받고 있어 이 중 10원만 챙기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유통업체에 넘겨주는 셈이다. 게다가 서버 교체, 전산 시설 설치 등의 부대 비용까지 떠넘기는 것도 보편적인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 VAN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건당 10∼20원에 불과했던 리베이트가 최근 들어 유통업체들이 업체간 경쟁 심리를 악용하면서 최고 70원까지 치솟았다"며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당장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유통업체들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횡포가 결국 카드사들의 영업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리베이트 관행 때문에 VAN사에 지급하는 승인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으며, 리베이트를 없앨 경우 승인 수수료 인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장 지배력이 큰 대형 할인점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율이 다른 가맹점(3∼4%)보다 크게 낮은 1%대에 불과해 1만원 매출 승인건의 경우 리베이트로 수수료를 거의 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 한 푼의 수수료도 내지 않고 신용카드망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현금 대출 사업 위주에서 탈피해 카드 본연의 신용판매 사업에 매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영업을 해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형적인 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공정위 등에서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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