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원자재대란과 고유가, 달러환율 하락 등에 이어 예측할 수 없는 총선 결과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검찰의 대선불법자금 수사 후폭풍 등으로 비상이 걸렸다.기업들은 이 같은 외생 변수에 의한 불확실성이 확대돼 2·4분기 이후 기업 환경이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비용·원가절감과 현금 확보에 나서는 등 위기에 대비한 경영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SK, 현대차 등은 고유가, 원자재 대란, 요동치는 달러환율 등에 따라 이미 원자재 사양변경, 거래선 다각화, 판매 독려 등의 방법으로 총력 대응에 나선 상태다. 삼성은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가전부문을 중심으로 원자재 사양변경 거래선 다각화 등에 나섰고, LG칼텍스정유나 LG화학 등은 해외 유전 개발이나 재고물량 최소화 등의 방법으로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처해가고 있다. SK그룹도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구조조정과 함께 '자린고비 경영'의 고삐를 조이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판매 확대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총선이나 탄핵 결과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오히려 증폭되고, 선심성 경제 대책에 따른 부작용이 커져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총선에서 확실한 승자가 없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받아들이는 최악의 정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올해 성장률은 2%대에 머물 것"이라고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도 '여소야대+탄핵기각'이나 '여대야소+탄핵수용' 등은 경제계에서 점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7월부터 본격 실시되는 대기업의 5주일제 근무를 둘러싼 임금 및 단체협약과 노동계 정당의 원내 진출 가시화로 노사관계가 악화할 것을 우려하는 기업도 많다. 결국 정치적 불안은 국내소비는 물론이고 기업 투자 위축과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리더십을 상실케 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내부 위기경영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원가절감 운동에 돌입했고,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보유 현금을 늘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측할 수 없는 경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상당수 대기업들이 회사채 선발행 등을 통해 자금 비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A그룹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큰 적이 바로 불확실성"이라며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총선 후 폭풍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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