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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세계경제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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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세계경제 심상찮다

입력
2004.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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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환경이 심상치 않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하락으로 우리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한 해 내수의 침체 속에서도 우리 경제를 끌어 온 수출이 타격을 입는다면 우리가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5%대의 경제 성장마저 어려울 수 있다.철, 곡물 등 여러 품목에 걸쳐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과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가는 2000년 11월 이후 최고가이다. 환율은 1,140원대로 낮아져서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을 위협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환율하락의 추세가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악화일로인 것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 달러 가치의 하락과 이에 따른 원화의 강세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함께 누적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 때문이다. 미국의 재정수지는 2000 회계연도에는 국민 총생산 대비 2.5%의 흑자였으나 이후 계속 악화되어 올해는 적자가 5%를 넘어 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국방비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부시 정부의 적극적인 감세 정책으로 세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2009 회계연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하였으나 그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재정적자에 따른 과도한 지출로 인해 대외 거래에서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올해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5,500억 달러에 달하여 국민 총생산 대비 5%를 넘어 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규모 쌍둥이 적자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해외로부터 미국으로 자본이 계속 유입되어 왔기 때문이다. 민간 자본 뿐 아니라 특히 대미 교역에서 크게 흑자를 보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끊임없이 미국 재무성 채권을 구입하여 외환보유고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흑자국들의 대미 투자가 지속되면서 미국은 낮은 금리와 강한 달러를 유지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누적되는 경상수지 적자를 우려한 국제 투자자들이 이제 미국 금융자산의 수요를 줄이면서 달러 가치의 하락과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급격히 줄지 않는 한 지속적인 원화 강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금융당국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원화의 대미환율을 어느 정도까지는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실효성은 의문이다. 고정환율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에도 최근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실질환율이 절상되고 수출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화의 절상을 피할 수 없다면 이것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나가야 한다. 유리한 환율을 통한 가격 경쟁에만 의존하는 수출은 한계가 있다. 생산성이 높은 부문에 투자 확대를 통해 내수를 촉진하면서 수출 경쟁력도 높여 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노사관계의 안정과 조세 감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기업의 지배구조도 개선하고 우수한 인력의 육성과 기술 투자로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의 활성화도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우수한 외국 기업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하여야 한다. 외국인 투자의 금액을 중국과 비교하는 것은 이제 식상한 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빠져 나간 투자가 외국인 투자 유입보다 더 많은 처지였으니 특단의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산업 공동화를 우려하면서 10년 후 한국 경제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면 한국 정치가 좀 더 안정되면서 경제 정책도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있게 추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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