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악당.' 10일 세상을 떠난 독고성(본명 전원윤)씨 만큼 이 수식어가 어울리는 한국배우도 없다. 검은 가죽 장갑에 중절모, 담배를 질끈 씹어 물고는 험악한 인상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깡패 두목이야말로 그의 전매 특허였다.1955년 영화 '격퇴'로 데뷔한 그는 '목포의 눈물' '칠십이호의 죄수'에서의 악역으로 얼굴을 알렸고 '너를 노리고 있다'의 반공 검사역,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대탈출', '칠인의 난폭자', '제3부두 영번지', '악인가', '유혹하지 마라', '눈물 젖은 부산항' 등에서 강한 악바리 이미지와 개성적 연기로 60, 70년대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볐다.
그의 연기인생은 대를 이어갔다. 장남 독고영재(본명 전영재)씨가 중견배우로 활약 중이고, 단역 배우이던 손자 전성우(26)씨까지 지난 해 SBS의 공채 신인탤런트 시험에 합격해 본격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독고성씨는 98년 정지영 감독의 영화 '까'에 이 둘과 나란히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99년에는 한 캔 커피 CF에도 출연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탤런트 김민종이 면접을 보는 도중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자 당황한 그를 향해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가라!'라고 손짓 하던 면접관이 바로 독고성씨였다.
그 때 인터뷰에서 "사람들에게 독고성이는 살아 있다고 꼭 전해달라"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던 독고성씨. 그러나 그도 결국 5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찾아온 노환을 이기지 못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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