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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레이건式 對 클린턴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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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레이건式 對 클린턴式

입력
2004.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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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용부문에서 놀랄만한 희소식이 나왔다. 3월 고용자수가 30만8,000명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높은 수치다.부시 행정부가 '희소식'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를 따는 소리가 '쾅' 하는 총성에 파묻히기라도 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잘못된 시도 끝에 경제가 드디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일까.

향후 전망이 어떤지 알기 위해서는 탄탄한 고용증가란 어떤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한 8년 동안 미국 경제는 매달 평균 23만6,000명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30만 명 이상이 고용된 달은 23개월에 이른다. 특히 2000년 3월은 49만3,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이 같은 수치는 한 달간의 통계가 큰 의미를 갖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즉 과거 기준을 살펴볼 때 2004년 3월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재도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불경기 뒤에 큰 폭의 회복이 뒤따른다. 오랫동안 경기침체를 겪었던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구미지역에서 가장 높은 8.7%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경제정책이 뛰어난 때문이라기보다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난 뒤 회복세에 따른 결과다.

미국 역시 3년간의 형편없는 고용성과를 고려한다면 보다 큰 폭의 고용회복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2001년에서 지난달처럼 좋은 고용지표가 나오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물론 3월의 고용수치가 앞으로 쏟아질 좋은 소식의 단초로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3월 첫째 주 실업보험 요청건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2000년 평균치 이상이며, 고용 전망의 중요한 단서로 활용되는 주당 평균 근로시간도 3월 들어 하락했다.

이런 지표들은 고용상황이 11월 대통령 선거기간이 되어도 별반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고용증가는 지난 3년간의 침체 후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고 기대하던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클린턴 시대의 고용업적을 뛰어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정치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제철학은 명확하다. 케리의 주변에는 클린턴과 관계가 깊은, 특히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장관과 가까운 보좌진들이 포진해 있다.

케리가 집권하면 부유층에 대한 세금인상과 긴축정책으로 재정적자를 메우려는 루빈의 경제정책을 따를 것이다. 틀림없이 그는 경제가 활성화하지 않는 한 재정적자 감소 속도를 늦출 것이다.

물론 부시는 모든 정책을 클린턴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의 보좌진들은 '루비노믹스'를 거부하고 소득세 등의 감세로 성장을 이끌어가는 '레이거노믹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올해 대통령 선거는 8년간 꾸준한 고용증가가 있었던 경제정책으로 돌아가자는 후보와 3년 만에 처음으로 한달간 일자리 증가라는 희소식을 낳게 한 정책을 지속하자는 후보간의 경쟁이 될 것이다.

유권자들은 과연 이 둘을 다르게 받아들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거가 경제정책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고용상황이 결과에 반영될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이라크의 위기 상황 고조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뉴욕타임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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