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가 술에 취해 주정을 하는가 하면, 모범생의 돈을 뺏고 지나가는 여자를 꼬시기 위해 서로 다툰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아이 좋아'를 연발하며 즐겁게 놀던 동심의 심벌, 텔레토비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걸까?지난달 28일부터 KBS 2TV '개그콘서트'(일요일 오후 8시50분)에 새롭게 등장한 '타락토비'는 98년 KBS 1TV에서 방영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6년 만인 2월16일부터 2TV(오후4시5분)에서 재방영하고 있는 '꼬꼬마 텔레토비'를 패러디했다. '개콘 동산에 어둠이 깔렸어요'라는 멘트와 함께 '성인 텔레토비들'이 주체할 수 없는 갖가지 욕망을 드러내며 한바탕 해프닝을 벌인다.
'텔레토비'의 성인버전인 '타락토비'를 놓고 시청자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아이가 "착한 텔레토비가 왜 나쁜 짓을 하냐?"고 묻는데 "타락한 토비라서 그렇다"고 말할 수 없어 TV화면을 꺼버렸다'는 시청자가 있는가 하면, '정말 재미있다'며 '개콘의 차세대 주력 엔진'이라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다. 이 문제 코너에서 후배인 김인석(나나), 정명훈(뚜비), 허승재(뽀)를 이끌고 있는 '보라돌이' 임혁필(33)에게 '변명'을 들어봤다.
"술이나 여자에 중독된 사람들을 풍자한 '중독개그', 윤리규범을 어긴 사람을 혼내주는 '인간쓰레기 제거반' 같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겨우 살아 남은 게 '타락토비'에요." '루이 윌리엄스∼'로 시작되는 고귀한 혈통 자랑과 '나가 있어∼'라는 유행어로 사랑 받아온 '세바스찬' 임혁필은 지난달 28일 '옥동자' '댄서 김' 등과 함께 '봉숭아 학당'을 졸업했다.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이 10%대로 떨어지고, 진부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간판 코너인 '봉숭아 학당'의 캐릭터 교체가 이뤄진 것. "멤버들을 진작에 바꿨어야 했는데 새로운 시도가 잘 될까 겁이 났던 거에요. 사실 저도 '타락토비'를 새로 시작하면서도 '세바스찬'에 대한 높은 기대 때문에 부담스러웠어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 뿐 아니라, '타락토비'의 '수위조절' 도 걱정이다. "탤런트 조인성이 드라마에 나와서 거친 말을 내뱉으면 시청자들이 '멋있다'고 하는데 코미디 프로에서 그러면 '저게 왜 저래'하고 비판적으로 반응하시더군요. 개그는 그냥 개그로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지금의 '타락토비'가 100% 좋다는 건 아니다. '권선징악형 코미디'로 개조할 계획도 있다. "'청년백서'라는 코너에서는 앞집 우유를 훔쳐 먹는 등 온갖 나쁜 일들을 그렸는데도 마지막에 뺨을 때린다든지 해서 벌주는 대목이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타락토비'도 잘못된 행동만을 보여주고 끝나는 데서 벗어나 교훈을 가미한다는 게 그와 동료들의 계획이다.
"코흘리개 분장처럼 사소한 것도 새로움을 주기 위해 매번 다르게 한다"는 그가 후배들과 '타락토비'를 통해 폭력성·선정성 시비에서 벗어나 '유기농 웃음'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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