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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휴대폰에 길들여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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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휴대폰에 길들여지기

입력
2004.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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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 시절에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공산당에 가입했었다. 요즘 한국 사람 대부분은 통신회사에 가입되어 있다. 한국에서 휴대폰이 없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어디에서나 휴대폰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앉아 있으면 옆에 앉아 있는 아가씨가 어제 저녁에 누구와 어떤 영화를 보았고 저녁을 어디에서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 친절하게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듣기연습을 시켜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내가 처음 한국에 온 2000년만 해도 러시아에서는 무선호출기가 유행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벌써 무선호출기가 사라지고 대신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컬러 휴대폰이 나와서 신기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카메라 없는 휴대폰은 중고가게나 가야 볼 수 있다. 그뿐인가. 추석이나 구정 때면 고속도로에서 통신회사들이 휴대폰으로 교통상황을 전해주고 심지어 동영상 서비스도 한다. 신용카드, 교통카드, 보안시스템 등 매일같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다. 몇 년 전 한국 사람들은 휴대폰 없이 어떻게 살았나 싶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은 요금이 비싸 사용하기 어렵다. 처음에 멋 모르고 부가 서비스 버튼을 눌러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봤다가 통화료가 너무 많이 나와 기분이 상한적도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주책 맞게 울리는 전화 때문에 짜증나는 경우도 많다. 맘잡고 공부하려는데 친구들이 술 한 잔 하자고 하는 전화가 와서 나갔다 와서 후회하기도 한다. 러시아에서는 휴대폰 통화료가 비싸 친구 중에 아직 휴대폰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유선전화 보급률도 많이 떨어져 전화 한번 배정 받으려면 몇 년씩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 문을 두드려서 열어보니 반가운 친구가 서 있는 기쁨도 있고 집에 돌아오니 친구가 왔다 갔다는 메모를 보고 미소 짓기도 한다.

이처럼 휴대폰은 편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휴대폰이 없으면 한국 생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도 어느덧 한국생활에 적응이 되었는지 어쩌다 휴대폰을 집에 놓고 나오면 그 사이 중요한 전화라도 올 것 같아 하루종일 불안하고 누군가 전화해도 안 받으면 공연히 짜증이 난다. 나중에 러시아에 돌아가면 휴대폰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이런 내 모습을 친구들이 이해해야 할 텐데…

/아나스타샤 수보티나 러시아인/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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