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국내 전자 및 전기 관련 업체의 기술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일본 등이 기술 이전을 꺼리기 시작하면서 러시아가 국내 업체에게 첨단기술 유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 기업들은 이미 러시아로부터 기술 도입을 통해 첨단 제품을 개발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술 도입 붐 이어 연구소 설립까지
(주)유성글로벌은 크리스털에 레이저를 쏘아 그래픽 등을 새기는 러시아의 3차원 형상각인 기술을 도입, 지난해 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도체 장비업체 (주)에쎌텍도 최근 러시아 레이저 공학전문가를 영입, 세계 최초로 7세대 LCD 유리 레이저 절단기술을 응용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또 광학업체 (주)웨이텍은 러시아 국가연구소의 기술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 홀로그램 응용기술을 이용한 초소형 렌즈를 개발해 지난해 하반기에만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9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 출신의 연구개발(R&D) 인력을 앞 다퉈 영입했던 대기업들은 단순한 인력 영입을 넘어서 러시아에 아예 연구소를 세우면서 적극적 기술 이전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6월께 러시아에 영상 디스플레이 연구소를 설립,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은 차세대 TV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기도 지난해 8월 발광다이오드(LED) 관련 선진기술 확보를 위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오페(Ioffe) 연구소'와 공동연구실을 설립했다.
왜 러시아인가
러시아가 국내 기업의 기술요람으로 떠오른 것은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겨냥해 기술 견제를 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기술 이전에 규제가 없고 이전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기술고문을 영입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 이전료로 월급 정도만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 우주항공, 전자, 화학, 바이오 등 분야에서 상당한 기초과학 기술력을 축적한데다 첨단 군사기술까지 보유하고 있어 차세대 첨단제품을 개발하는데 유리한 '토양'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박영준 상무는 "노트북 PC로 가장 두께가 얇은(2.38㎝) 삼성의 센트리노 노트북PC 'X10'이 충격에 구부러지지 않는 것은 러시아 군사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러시아도 최근 과학 기술의 외부 유출을 막기 시작했다는 점. 전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갈수록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을 받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러시아의 원천기술과 잠재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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