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목사 일행의 납치사실이 방송보도를 통해 알려진 8일 밤9시께. 외교통상부는 이라크 현지 대사관을 통해 사전에 피랍사실을 확인하고 서울과 현지에 대책본부 등을 차리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그러나 3시간 뒤에는 상황이 급변했다. 밤 12시께 방송을 통해 피랍자들이 모두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교부는 현지 공관에 사실확인을 시도했으나 통신사정으로 연결이 쉽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당국의 공식확인을 기다리던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방송내용을 확인하려는 피랍자 가족들의 심정도 일각이 여삼추였음은 물론이다. TV방송엔 풀려난 피랍자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오는데도 외교부는 현지 지휘부와의 '의사불통'으로 피랍자의 석방소식을 이튿날 새벽 1시께나 최종확인했다. 당국으로부터 신변안전 연락을 받은 피랍자 가족은 "모두 하늘의 뜻입니다"라며 기뻐하긴 했으나 일부는 뒤늦은 확인에 달갑지 않은 내색을 드러냈다.
현지 사정이 여의치 못한 점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석방된 피랍자의 호텔에서 공관까지 30분 거리지만 간간이 총격전이 벌어질 정도로 험악한 상황에다 통신사정까지 열악해 상황이 즉각 확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이틀 전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마당에 방송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해 쩔쩔매는 외교부의 대응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본부의 대책본부장인 차관이 피랍상황에도 아랑곳없이 오후7시께 퇴근했다는 사실에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가족들이 피랍자들의 안위여부가 최종 확인되는 동안 녹아 내렸을 애간장을 당국자들은 통감해야 한다.
/김정곤 정치부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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