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목사 피랍 사건을 계기로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뜨거워졌다. 특히 이번 사태는 탄핵역풍과 노풍(老風)이 다소 잦아들고 접전지역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온 것이어서 각 당이 분주하게 득실 계산을 하고 있다.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각각 파병 원점 재검토론과 파병철회론을 앞세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한나라당과 우리당 자민련은 비교적 신중한 입장에서 "파병은 국제사회의 신뢰 문제"라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추가 파병 문제의 총선 쟁점화에 성공했다고 판단, 이날도 포문을 먼저 열었다.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오전 선대위회의에서 "파병을 고집하는 한나라당과 우리당은 '평화파괴공조'를 하고 있다"고 싸잡아 공격했다. 추 위원장은 "특히 우리당은 일부 의원들이 개인적으론 파병을 반대한다면서도 당론으로는 파병을 결의하는 등 정치적 이득만 계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선묵 선대위 부대변인도 "몇 달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파병안에 찬성한 정당은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파병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민노당 권영길 대표도 창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파병 군인과 교민에게 사상자가 날 경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주당과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우리당은 "민감한 외교정책을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파병찬성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나라당 박 대표는 "국가적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라는 국제사회에 설 땅이 없다"며 파병 재검토론을 일축했다. 박세일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이후 상황이 변한 건 사실이나 원래의 파병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만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리당은 지도부가 거듭 파병 찬성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내부에선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시끌시끌했다. 정 의장은 이날 "파병은 국가적 신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당론의 큰 틀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덕구 민생경제특별본부장도 "우리가 발을 빼면 앞으로 미국과 깊은 대화가 어려워질 것이다"고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하지만 임종석 의원은 "평화재건이란 파병목적은 가당치 않은 얘기가 됐다"며 "파병 시점과 파병지 결정을 유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김근태 원내대표 등 입장을 같이하는 분들과 상의하겠다"고 말해 공론화 뜻까지 내비쳤다. 자민련은 "파병은 국가적인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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