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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10代들간의 우정과 배척 상처가 나아도 흉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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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10代들간의 우정과 배척 상처가 나아도 흉터는…

입력
200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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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게임아니카 투르 글. 조현실 옮김. 물구나무

● 나는 지금 네가 보고 싶어

조민희 글. 윤문영 그림. 계수나무

어른들은 애들의 삶에 대해 너무 많이 알거나, 너무 모른다. 너무 깊숙이 개입하거나, 아예 개입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또 초등학교 3, 4학년만 되면 아이들도 안다. 어떤 이야기는 집에 와서 해도 되고, 어떤 것은 친구끼리 하고, 또 혼자서 삭여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러나 친구 또는 또래 집단 내의 관계 또한 얼마나 아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입히는가.

스웨덴 작가 아니카 투르가 '진실게임'에서 그려내는 10대 소녀들의 관계 맺음은 폭력적이다. 우정과 배척이라는 방식으로 가해지는 폭력은 교실에서 노골적으로, 그리고 끼리끼리 은밀하게 가해진다. 완벽한 내 편을 찾고 싶다는 열망에 아이들은 때로는 의도적으로, 더 많이는 자기도 모르게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만 몰아간다. 그리고는 엄청나게 벌어진 엉뚱한 결과 앞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수두로 신학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한 나, 노라는 사비나를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 그러나 10년 단짝 친구 사비나는 화니 옆에 있다. 화니는 공부도 잘 하고 집도 잘 살아 콧대가 하늘을 찌르고, 노상 유치하다는 말로 애들을 무시하는 왕재수다. 노라는 단지 사비나를 되찾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화니 그룹과 어울려 밤중에 공원에서 담배도 피워야 하고, 반의 왕따 카린을 괴롭히는데도 동조해야 한다.

카린은 촌스러운 옷차림과 조숙한 몸매 때문에 반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노라는 카린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친절에도 "우리 반 애들은 모두 날 싫어해, 너만 빼고"라며 접근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게다가 그 애와 어울리면 받게 될 다른 애들의 눈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내 카린이 학교를 떠나고, 반 친구들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준 그 사건이 벌어진다. 화니와 사비나가 꾸몄지만 노라가 일조를 한 잔인한 사건이.

'나는 지금 네가 보고 싶어'는 관계의 폭력성이 집단에서 만이 아니라, 단짝 사이에도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 역시 학기 초에 2주간이나 결석한 은아. 반의 역학구도는 이미 결판나 남은 애는 고집불통 위니 뿐이다. 항상 어울려 지내지만 은아가 위니를 대하는 태도에는 진심이 결여되어 있다. 언제든 귀찮을 땐 슬며시 따돌리고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위니는 공격한다. 한 번도 자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두 이야기 모두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노라와 은아의 변화된 태도만 보여주어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한다. 사실 상처 없는 성장이 가능하기나 한가. 상처가 나아도 흉터는 남는다. 단지 쓰린 기억을 떠올리기가 두려워 흉터도 보지 않으려 할 뿐.

강은슬/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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