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힘들다. 겉핥기 식 인물 보고서에 그치지 않고 그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그렇게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다 보면, 넘을 수 없는 벽 혹은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나거나 거꾸로 인터뷰 대상에 푹 빠져들어 완전히 무장해제 당할 위험이 크다. 이른바 '객관적' 거리에서 대상을 탐색하고 바라보면서 그의 초상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것이 인터뷰의 임무라고 굳게 다짐해도, 모든 인터뷰는 결국 인터뷰 하는 사람과 대상이 주고 받는 어떤 교감의 무늬, 충돌의 파열음, 빗나간 추측이나 오해의 얼룩을 남긴다. 객관성? 공정함?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이며, '불감증'의 위장 간판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인터뷰 대상을 향해 연애 편지를 쓰든가, 아니면 그에게 이를 수 없으며 그의 전모를 파악할 수 없어 절망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 정직하지 않을까.'나는 편애할 때 가장 자유롭다' 다분히 선동적인 제목을 단 이 인터뷰 모음집은 그런 생각을 깔고 있는 것 같다. 신문기자 출신인 지은이 남재일은 서문에서 스스로 밝혔다. "여기에 실린 인터뷰는 객관적인 인물평이 아니다. 내게 인터뷰는 객관적인 취재 행위라기보다는 개인적인 구애 행위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이 글들은 내가 잠시 편애한 사람들에 대한 나의 편견이다" 라고.
그가 인터뷰한 인물은 11명. 소설가 김훈 서영은 장정일, 법무부장관 강금실, 영화감독 이창동 김기덕, 여성운동가 로리주희, 그리고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시마다 마사히코, 무라카미 류, 마루야마 겐지. 그는 '적어도 제도가 권하는 방식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에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이들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편애(?)와 세상에 대한 편견(?)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한다.
이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는 안전한 3인칭의 시점을 버렸다. 대신 자신을 드러낸 채 대상에 직접 개입하는, 위험하지만 솔직한 1인칭의 전략을 구사한다. '1인칭 주어를 반납하면 무엇이든 알 수 있고, 그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는 투명한 3인칭을 선물하겠노라는 위대한 약속은 양의 탈을 쓴 늑대의 말'이라면서, '사람이 숨어버린 말의 화려한 껍데기보다 편견을 말하던 당신의 입술이 그립다' 는 고백과 함께. 덕분에 대화는 깊어졌고 파열음까지 고스란히 들릴 만큼 생생해졌다.
책의 제목은 소설가 김 훈을 인터뷰하면서 끌어낸 다음과 같은 선언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섹스처럼 남녀가 살을 맞대고 있는 경우도 남과 전혀 소통이 안 된다. 섹스는 결과적으로 편애다. 사랑하면 느낀다. 이런 말들은 우스운 말들이다. 나는 편애할 때 편안하다. 사랑, 보편타당, 이런 말들보다 편애, 편견 이런 말들이 더 소중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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