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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경영서 돋보기]철학자, 경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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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경영서 돋보기]철학자, 경영을 말한다

입력
200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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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드로스데크 지음·인성기 옮김 을유문화사 발행·1만2,000원우선 책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고상한' 학문인 철학과 '실용적'인 경영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부산대 독문과 교수인 옮긴 이 말대로, 철학이 현실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도 되는가.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야말로 이 책의 출발점이자 종점이다. 경영 칼럼니스트이자 기업 컨설턴트인 저자는 '우리의 사고는 우리의 운명이다'는 쇼펜하우어의 말로 시작한다. 경쟁이 치열한 우리시대에는 성공과 실패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컨셉과 아이디어, 요컨대 사고 전략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사고가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어서, 지난 수 백년동안 우리의 고급 문화를 결실케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상가와 아이디어들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라는 것은 여전히 그것보다 더 큰 삶 전체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철학의 범위를 이렇게 폭 넓게 설정하면, 위대한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인간의 삶의 개선이라는 일반적 문제를 위해 소중한 인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중요한 사고와 행동전략을 제공한다는 저자의 설명에 이해가 간다. 부제인 '역사를 움직인 위대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경영의 지혜'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에서 데리다에 이르기까지 20명의 철학자를 등장시키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대기업의 대표라면, 니체가 광고회사의 경영자이고 데리다가 벤처기업가라면 그 회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소크라테스의 경영법칙은 '질문 하는 자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시기적절 하게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경영자 성공에 결정적 요인이다. 말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사람을 상대방은 높이 평가한다. 소크라테스의 대화술은 분위기를 주도하는데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니체는 '인간은 현재의 자신보다 무한히 위대하다'고 가르친다. 모르는 것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몸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이다. 경영자는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데리다는 '전통적 사고방식을 해체하라'고 말한다. 이미 잘 알려진 사항에 대해서도 건강한 불신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사고의 뿌리까지 파고 들어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경영하는 회사가 어떻게 될지 한번 상상해보는 것은 재미있는 비즈니스 게임이 될 것이다.

세상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고전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한 발 물러나 여유를 갖고 위대한 선배들에게 진지하게 물으면 기막힌 해법이 나올 수도 있다. 경영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요즈음 동서양 고전에서 경영의 지혜를 구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실제로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지만,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오늘날 한참 강조되는 '사고방식의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호/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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