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어린이가 만나는 첫 예술품이다. 특히 글을 모르는 아이에게 그림은 사물을 이해시키고 예술적 상상력을 키우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게 좋은 그림책일까.'똑!똑!똑! 그림책'(현암사 발행·2만원)을 펴낸 서양화가 김이산(39)씨는 "겉으로는 내용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감성을 툭 건드리는 책이 좋다"고 말한다. 파리 화단에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그가 그림책 안내서를 낸 것은 바로 그런 책을 고르는 방법과 안목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그는 기존 그림책 비평서에 대한 비판부터 한다. "그림책을 제대로 비평하려면 아동심리 등에 대한 이론을 갖추고, 예술적 안목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기존 책 중에는 전문적인 미술훈련을 받지 않은 저자가 그림의 신비와 묘미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책에 실린 글만 비평한 게 많아요."
"어린이 그림책에도 미술 분야에서 사용하는 미적 체계가 적용된다"고 강조한 그는 이 책에서 그림책의 구성과 표현양식을 세부적으로 나눠 설명한 후 대표적인 그림책 200여종을 추천했다. 그가 꼽는 좋은 그림책의 첫번째 기준은 간결하고 스릴과 유머가 있는 것. 예컨대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사계절 발행)는 아이들의 관심거리인 여러 동물의 똥 모양을 살펴가면서 동물의 성격과 표정을 재미있게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색의 선택과 조화도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영국 작품인 '말썽꾸러기 원숭이'의 경우 여러 원색을 사용하면서도 색의 농도를 높여서 집약된 에너지를 잘 보여준다. 이와 함께 책을 고를 때에는 사물의 표현을 단순하게 하면서도 물질의 특성이 왜곡되지 않았는지 눈 여겨 봐야 한다."
그는 "그림책을 제대로 고르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골라 감상함으로써 예술적 감성을 터득하는 훈련을 거쳐야 한다"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한 '똑!똑!똑!…'은 그림을 이해하는 입문서로 봐도 좋다"고 말했다. 이 책을 쓰기 위해서 그는 국내외 그림책 수 천 권을 살펴보고 관련 이론서를 집중적으로 읽었다고 한다. 또 "지금까지 어린이 그림책을 내진 않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불교를 쉽게 소개하는 그림책을 그려보고 싶다"고 밝혔다.
83년 프랑스로 건너가 89년 파리국립고등순수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국내외에서 7번의 개인전을 가진 그는 최근 출판편집자들을 대상으로 그림책 제작 강의와 일러스트레이션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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