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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니체―천개의 눈 천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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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니체―천개의 눈 천개의 길

입력
200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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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 지음, 소명출판 발행"이 세상에서 가장 버리기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요?"

나에게 이런 문제가 던져지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저요, 저요! 그건요 '자의식'입니다." 자의식은 자존심, 혹은 아상(我相)이라고 할 수 있고, 혹은 자기에 대한 집착이랄 수도 있다. 무의식에 새겨진 자의식은 교만과 욕심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과잉겸손과 나약함으로, 감상과 무력함 등 그야말로 다양하게 나타나 우리들의 관계와 활동을 가로막는다. 나라고 별수 있겠나! 이 문제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의식이 심하게 발동한 것이다. 그 정점의 순간에 이런 느낌이 들었다. "나 자신이 자신을 부정하기 시작하다."

그때 한 권의 책과 저자를 만났으니, '니체―천개의 눈, 천개의 길'과 고병권 선생이다. 난 이 책에서 내 자의식의 뿌리를 볼 수 있었다. 뿌리를 보는 순간, 그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운명애, 이것이 나의 사랑이 되게 하라/ 이것이 나의 가장 내적인 본성이다." 삶을 사랑하는 철학을 접하며 나는 세상에 대한 개념들을 하나 둘 바꿔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필'을 준 사유는 '강한 자'와 '약한 자'의 개념이었다. 니체가 한 이야기인지, 고병권 선생이 한 이야기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내게로 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주었다는 사실, 그것이 중요했다.

나는 강한 사람, 카리스마형 인물을 '욕망'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강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결핍으로서의 욕망! 그런데 강약은 힘, 권력의 유무가 아니었다. 그것은 긍정과 부정의 문제였다. 약한 자는 타자(타인)를 부정하면서 자신이 강해지는 사람이다. 부정은 약한 자의 대표적 마인드였다. 그렇다면 강한 자는? 강한 자는 자신을 긍정하면서 자신이 강해지는 사람이다. 긍정은 강한 자의 대표적 마인드이다.

이 개념이 나에게 준 메시지는 엄청났다. 그 순간 내가 타자를 부정하는 약한 자의 습속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부정의 습속은 중력과 같다. 항상 나와 함께 있다. 그 중력의 힘에서 벗어나려면 '중력 없애기'보다는 '중력과 함께 놀기'였다. 욕망과 능력에 따라 자유롭게 활동하고, 긍정의 리듬을 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습속이 나로 하여금 그리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지를 명료하게 보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야 그것을 돌파하는 출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이 여정에는 어떤 예외도 없다. 누구든 말이다.

/선완규·휴머니스트 인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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