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망(social network) 연구가인 발디스 크렙스는 '선거철에 사람들이 어떤 책을 사보는가' 를 알기 위해 재미난 분석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월 크렙스는 이 신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정치 관련서적을 아마존과 반스&노블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 그 책을 산 사람들이 고른 다른 책 66권의 성향별 분포도를 작성했다.그가 작성한 구매서적 분포도의 왼쪽에는 파란 점으로 표시된 자유주의 성향의 책 수십 권이 자리잡았다. 오른쪽에는 붉은 점으로 표시된 보수 성향의 책들이 한 집단을 이뤘다. 하지만 붉은 점과 파란 점을 잇는 선이나, 무정견 또는 정치적으로 온건한 성향의 책을 표시하는 중간의 회색 점은 얼마되지 않았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유명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가 써서 지난해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부시는 전쟁중'이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의 위선을 폭로한 '악마와의 동침' 등 서너 권이 고작이었다.
결론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거나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더 강화하기 위해 책을 사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정견을 가진 사람은 그런 성향의 책만 사고, 보수적인 사람들 역시 자신의 견해와 비슷한 책만 골라 보는 현상을 반향실(echo chamber) 효과라 부른다. 미국 시카고대 카스 선스타인 교수는 2001년에 낸 책 '리퍼블릭닷컴(Republic.com)'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찬성하는 견해를 적극 추구하며, 정치적인 견해를 과거와 비할 수 없이 엄청난 양으로 쏟아내는 언론이나 인터넷 때문에 '대립의 문화'가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 이롭고, 충고하는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 이롭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편가르기가 심한 우리네 선거를 앞두고 마음에 드는 책,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을 두말 않고 사서 보기 전에 책을 고르는 자신의 태도를 한번쯤 되돌아 보는 건 어떨까.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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