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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79>게토

입력
200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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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년 4월10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유대인 게토가 설치됐다. 유대교도들을 기독교도들로부터 격리시켜 그들만의 공동체를 꾸리게 하는 관습은 12세기 후반 이래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여러 곳에 퍼져나갔지만, 유대인 집단 거주 지역을 '게토'라고 부른 것은 베네치아 게토가 효시다. '게토'는 그 당시 이탈리아어로 '주물 공장'이라는 뜻이었다. 베네치아의 유대인 거주 지역이 원래 주물 공장 자리였던 탓에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베네치아 게토 이후 유럽 다른 나라들의 유대인 거주 지역도 게토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됐다.베네치아 공화국 정부가 게토를 설치한 것은 가톨릭 교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게토가 감옥이나 수용소 같은 곳은 아니었다. 게토는 시민권이 없는 유대인들을 격리시키는 곳이기도 했지만 보호하는 곳이기도 했다. 또 16세기 베네치아에서는 외국 상인들이 출신지별로 모여 사는 것이 관례였으므로, 게토 설치가 유대인들을 겨냥한 가혹한 차별 대우라고 할 수는 없었다. 유대인들은 밤에는 게토에 머물러야 했지만, 낮에는 베네치아 시내를 활보할 수 있었다. 게토 안에는 은행, 상점, 극장, 문학 살롱, 음악 학교들이 들어서, 낮이면 기독교도들도 이 곳을 드나들었다. 출신지별로 설치된 다섯 개의 시나고그(유대교회당)는 지금까지 남아있다.

베네치아 게토의 유대인들은 나폴레옹 전쟁 때는 프랑스군에 의해 해방돼 일반 베네치아 시민들과 똑같은 자유를 누리기도 했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독일군에게 점령됐을 때는 강제노동 수용소로 이송되거나 살해되는 등 끔찍한 탄압을 받기도 했다. 16∼17세기에 베네치아 게토에 살던 유대인은 5,000 명에 이르렀으나, 오늘날엔 베네치아 전체의 유대인도 500여 명에 불과하고 옛 게토 지역에서는 30여 명의 유대인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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