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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아버지의 짝짝이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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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아버지의 짝짝이 양말

입력
2004.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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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무슨 일이 있으면 네 형제가 시골집에 모인다. 아니, 어릴 때부터 한 집에서 형제처럼 자란 육촌형님까지 다섯 아들이 모인다. 올 때는 저마다 자기 집에서 자기 양말을 신고 오는데, 갈 때는 모두 그걸 벗어놓고 아버지의 새 양말을 신고 떠난다.설 때나 추석 때 틈틈이 아버지의 양말을 사 가지고 가기는 하지만, 알고 보면 그게 모두 자기가 도로 신고 올라오는 양말이다. 그러다 보니 평소 아버지가 신는 양말은 다섯 아들이 벗어놓고 간 것들일 수밖에 없다. 미처 새 양말을 꺼내 신을 사이가 없다. 때로는 어머니도 아들 양말을 신는다.

그런데 지난번에 내려갔을 때 아버지가 짝짝이 양말을 신고 계셨다. 같은 갈색이긴 한데 한쪽은 짙은 갈색이고 한쪽은 그보다 연한 갈색이었다. 양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제는 두 분의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해 방안에서는 같은 색의 연함과 짙음이 잘 구분되지 않는 것이었다.

등을 구부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볼 때 아들은 슬프다. 그리고 비슷한 색깔의 짝짝이 양말을 신고 있는 아버지의 발을 내려다볼 때 아들은 다시 한번 슬프다. 계실 때 자주 전화 드리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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