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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엥겔계수와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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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엥겔계수와 팁

입력
2004.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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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7년 작센의 통계국장이던 엥겔은 벨기에 노동자 가구 153세대의 가계 지출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출 총액 중 저소득 가구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고소득 가구일수록 그 반대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식료품은 필수품이어서 소득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얼마만큼은 반드시 소비해야 하지만 어느 수준 이상은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엥겔법칙이라고 하고, 총 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엥겔계수라고 부른다. 이는 현재도 생활수준을 측정하는데 유용한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지난해 엥겔계수가 14.4%로 1999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엥겔계수는 1995년 16.5%에서 97년 15.2%로 계속 하락하다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과 99년에는 올라갔으나 그 이후 다시 떨어져 2002년 14.2%를 기록했다. 엥겔계수가 상승한 것은 경기부진의 장기화로 생활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전체 지출가운데 식료품비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먹을 것은 먹어야 하기에 다른 지출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

■ 경기가 나쁘다고 해도 서비스에 대한 수고비인 팁은 지난해 오히려 늘었다. 한은은 지난해 음식·숙박 골프장 이·미용 목욕 등 서비스산업에 지출된 팁은 모두 2조1,100억원인 것으로 추산했다.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민간 소비가 1.9% 감소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팁 지출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0.5%정도 줄어든 것으로 계산됐다. 결국 팁 주는 사람이나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액수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종별로 보면 골프장에서 주는 캐디 피 등이 지난해 2,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6.9%나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음식·숙박업은 1.9% 증가에 그쳤다.

■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있는 사람들은 씀씀이가 크게 마련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허리띠를 더욱 조일 수밖에 없다. 엥겔계수와 팁의 통계는 각 부분에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격차 확대는 빈부차이를 더욱 넓힌다. 그 사이를 좁히고 양측간 갈등을 조정해 통합을 이루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인데 요즈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 반대인 것 같다. 무엇보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을 언제쯤이나 안 듣게 될지 모르겠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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