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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표-鄭의장 "어색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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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표-鄭의장 "어색한 만남"

입력
2004.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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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8일 박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서 만났다.두 사람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정기총회에 내빈 자격으로 참석, 민주당 최명헌 사무총장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지난 달 23일 박 대표가 취임한 뒤 서로 회담 제의와 거절을 거듭하며 신경전을 벌여 온 두 사람 사이엔 냉기류가 흘렀다.

오후 2시30분께 행사장에 도착한 박 대표는 먼저 도착해 있던 정 의장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자기 자리에 앉았고 정 의장도 박 대표를 차갑게 외면했다. 몰려든 사진기자들이 악수를 요청하자 두 사람은 그제서야 어색한 웃음을 띠며 최 총장을 사이에 두고 잠시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던 25분여동안 대화는커녕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해 감정의 깊은 골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축사를 마치고 최 총장의 축사가 진행되던 중 정 의장에게 "바빠서 먼저 가겠다"고 말하곤 자리를 떴다.

양당 대표를 맞는 행사장 분위기에서도 극명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박 대표는 축사 때 18번의 박수를 받는 등 뜨겁게 환영 받았지만, 정 의장은 8차례 박수를 받았다. "어르신들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다"고 찬사를 할 때에도 분위기는 냉랭했다. 도리어 정 의장이 퇴장할 때 좌중에선 "노인을 학대하지 말라" 는 항의도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은 이날 650만 향군회원을 의식한 듯 축사에서 앞 다퉈 향군회원 지원책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고령과 가난으로 힘들게 생활하는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와 상이군경에 대해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정 의장도 "미국처럼 참전·전역 군인들이 사회에서 존경받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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