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외한도 쉽게 불교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박사 출신의 비구니 소운(素雲·42·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스님이 말하는 불교는 어렵지 않다. 하룻밤이면 된다. 그래서 '하룻밤에 읽는 불교'라는 책을 냈다.
'하룻밤에…'는 인도와 중국, 한국, 티베트, 일본 등의 불교를 시대 순으로 소개하고, 초기불교사상과 중관사상, 유식사상, 화엄사상, 천태사상, 선사상, 정토사상 등을 차례로 설명해 놓았다. 주장을 담지 않고 개념과 역사를 망라한 대중 개론서인 셈인데, 사진과 지도 등 시각 자료가 많아 제목처럼 하룻밤에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소운 스님이 책을 쓴 이유는 기존 불교서적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사가 2,500년이나 되고 다양한 철학과 사상, 문화를 포용하기 때문에 불교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기존 불교서가 쉽게 쓸 수 있는 것도 어렵게 표현한 것 같다"고 지적한다.
소운 스님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아 고등학생이던 1979년 수덕사에서 출가했다. 89년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東京)대 인도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이라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범어를 통해 불교 원전을 공부하고 싶어 다시 하버드대 범어인도어과 박사과정에 입학한 그는 처음에는 영어가 어려워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공부만 했다.
언어 장벽을 어느 정도 뛰어 넘자 이번에는 미국 사회와 불교의 유사성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의 개인주의와, 개인의 수행을 강조하는 불교가 비슷해 보였던 것이다. "열심히 일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노동정신도 불교의 인과사상과 유사한 것입니다." 8년 만인 2002년 6월 '능가경 인도 주석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땄다. 한국의 스님 가운데 최초의 하버드대 박사다.
책을 준비하면서 공부도 많이 했지만, 아쉬움도 많이 느꼈다. 관련 서적을 뒤적이고 불교를 종합했기 때문에 배운 것이 많지만, 우리 학문의 얕은 바탕과 외국어 교육의 부실을 확인한 점에서는 아쉬움이 크다는 것이다. "서양이나 일본은 불교와 인문학 서적이 많고 관련 지식이 잘 축적돼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해 공부를 하려면 혼자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배로 듭니다."
외국어 역시 선진 학문의 수용과 학문의 보편성을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인데 우리의 교육 방법은 후진적이라고 지적했다. "하버드에서는 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3년만 중국어를 공부하면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 그렇습니까. 한국 불교학이 세계의 불교학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어 교육이 잘 돼야 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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