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군 생활은 악몽 그 자체였다. 이등병 시절부터 일병 때까지 선임 병사들로부터 거의 매일 성폭력을 당했기 때문이다.처음에는 성행위 경험담을 털어놓을 것을 강요하는 수준이었지만 나중에는 경험했던 성행위를 내무반에서 직접 재연해야 했다. A씨는 "성기를 만지는 등의 행위는 군대 내에서는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돼버렸고 그보다 더한 일도 자주 일어난다"고 털어놓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간 육군 현역 및 제대 사병 671명을 대상으로 군대 내 성폭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가운데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103명(15.4%)에 달했다고 8일 밝혔다. 성폭력 사실을 보거나 들은 사람은 그보다 많은 166명(24.7%)이었다.
군대 내 성폭력이 만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심각성을 간과하거나 공식처리를 꺼리고 있다.
조사된 피해사례 87건 중 상관 등에게 신고한 경우는 단 4건에 그쳤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64%가 '으레 있는 일이라 문제가 되지 않아서'라고 답했고 다음은 '상관에게 보고해도 소용이 없어서'(16%), '가해자와의 관계 때문에'(9.3%) 등 순이었다.
/최영윤기자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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