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미술작가 커플 피에르와 쥘(Pierre & Gilles)이 한국을 방문, 8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방한은 9일부터 5월1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그들의 첫 한국 회고전 '피에르& 쥘―아름다운 용(龍)'을 계기로 이뤄졌다.음악·패션잡지 사진작가로 두각을 나타내던 피에르와 잡지, 광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쥘은 1976년 패션디자이너 겐조의 부띠끄 개장파티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후 '피에르와 쥘'이란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며 인생과 작품활동에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왔다.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공동으로 작업한다. 우리는 서로의 결함을 보완하는 커플"이라며 그들은 기자회견 내내 질문에 함께 대답했다.
그들의 공동 작업은 피에르가 찍은 인물사진에 쥘이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장 폴 고티에, 마돈나, 카트린드 드뇌브 등 대중문화의 전설적 존재들이 피에르와 쥘의 모델이 됐다.
그들의 작품은 파스텔 톤의 색조에 온통 꽃벽지, 반짝이 등으로 장식된 특유의 유치하고 동화적인 이미지 때문에 '키치'라고 폄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작업은 사진과 회화, 현실과 판타지, 상업예술과 순수미술을 넘나들며 90년대 프랑스의 시각문화와 국제 미술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대중적 주목을 받는 이유는 동성애자라는 그들의 성적 정체성 때문. 그들의 작업에는 동성애적 감수성이 독특한 바로크적 양식으로 표현된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의 게이 커플로 스스로 모델이 된 92년작 '결혼'에 대해 "에이즈 예방 캠페인 참여를 기념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정형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꿈꾸는 세계를 작품에 표현한다. 그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처음부터 아시아에 지속적 관심을 가져왔다"는 피에르와 쥘은 이번 전시에서 아시아인을 모델로 한 작품에 큰 비중을 두었다. "프랑스로 돌아가면 한국인 운동선수를 모델로 한 작품을 만들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