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33)는 국내에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주 뿐 아니라 잘 생긴 외모 덕분에 더욱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온 것은 1995년. 그해 9월 정명훈의 지휘로 필하모니아와 협연한 데 이어 12월에 열린 첫 독주회는 2주 전 매진됐다. 97년 서울 독주회 때는 열광하는 소녀 팬들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이 출동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13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그의 독주회는 일곱번째 내한 공연이다. 스카를라티의 ‘4개의 소나타’, 베토벤 ‘소나타 30번’,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4개의 소품’,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 작품 33’(4번 제외)을 연주한다.
음악가로서 그의 첫 사랑은 피아노가 아닌 드럼이었다. 여섯 살에 재즈 드럼 연주자로 데뷔하고 아홉 살에 뉴욕의 유명한 재즈클럽 ‘빌리지 뱅가드’에서 타악기의 거장 버디 리치와 공연할 만큼 빼어난 리듬 감각을 타고났다. 피아노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열네 살에 폴란드에서 베토벤의 곡을 협연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다.
열여덟 살이 되던 해 그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우연히 그의 연주 테이프를 들은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아쉬케나지가 후원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 이후 야블론스키의 경력은 쾌속 질주다. 조국 스웨덴에서 거의 영웅적인 대우를 받는다. 데카ㆍ옥타비아ㆍ알타라ㆍ도이치 그라모폰 등에서 10여 장의 음반을 내놨는데, 거슈윈과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에디슨 상), ‘샤미나드’(그라모폰 상)가 대표적이다.
이번 독주회 프로그램은 바로크에서 20세기까지 300년 세월을 단숨에 주파하는 의욕을 보여주고 있다. 야블론스키 특유의 정확한 리듬 감각과 절도 있고 탄력적인 타건이 들려줄 음악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문의 (02)751-9606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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