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자 문정인 교수의 칼럼 '용산기지 이전 갈등 해법'을 읽고 반론과 함께 참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문 교수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우리나라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한 측이 우리이고 또 "동맹국 간에 기지 이전을 할 경우 요청한 측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용산기지 이전 협상이 우리의 국익이나 국민적 자존심을 훼손하는 불평등한 협상임을 무시한 것이며 객관적 사실과도 다른 주장이다.
지금 미국은 백지수표나 다를 바 없는 이전비용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 백수십만 평의 대체 부지 제공은 물론 미국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모든 대체 시설을 미 국방부 기준으로 지어주어야 한다. 이런 요구대로라면 이전 비용은 정부가 말하는 3조 6,000억원 안팎을 훨씬 뛰어넘어 20조원을 초과할 수도 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이나 허바드 주한 대사 등 미 고위 관료들이 용산기지 이전이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의 일환임을 공언하고 있는 현재는 말할 것도 없고 1990년 당시에도 용산기지 이전 합의는 미국의 군사전략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결과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현재 미국이 추진 중인 용산기지 이전은 '전세계 미군 태세 재검토(GPR)'의 일환으로 그 목적이 군사 분야 혁신의 성과에 기초하여 주한미군을 기동력과 정밀타격력을 갖춘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함으로써 대북한 선제공격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대중국 봉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용산기지 이전이 한국민의 요구인 것처럼 강조하는 것은 대북·대중 군사 패권 강화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 돈으로 충당하기 위한 속셈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진정으로 미국이 한국민의 입장과 이익을 위해 용산기지를 이전한다면 그 대가로 현 용산기지의 시설가치(미국 스스로가 13억 달러로 산정)보다 몇 배나 더 높은 이전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횡포를 부릴 수 있겠는가!
90년에 용산기지 이전 계획도 어디까지나 냉전도 끝나고 미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주둔군 감축 등을 통해 국방비를 줄이라는 요구에 직면한 미 행정부가 주도한 동북아 정책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용산기지 이전이 우리 요구 때문이라는 문 교수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요구한 쪽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대로라면 마땅히 미국이 이전비용을 부담해야 옳다.
또 이전을 요구한 쪽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국제 관례라는 문 교수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명백히 해 둔다. 우선 불평등한 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보더라도 이전비를 주둔국이 부담해야 할 의무가 없다. 또 문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이 먼저 반환을 제안했던 동두천의 캠프 님플과 의정부의 캠프 홀링워터의 경우 이전비용을 미국이 부담해야 옳으나 2002년 협정을 보면 이전비용 1,381억원을 한국이 부담한다고 되어 있다.
이제 남북 화해협력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고 남한의 한 해 군사비가 북의 10배나 되는 등 한반도의 안보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한반도 긴장 완화에도 기여하고 국민의 부담도 덜어주는 방향으로 미군기지를 이전해야 한다. 즉 주한미군 감축 및 단계적 철수의 원칙에 따라 한국이 이전비용을 부담하거나 대체 부지를 제공하지 않고 기존 기지로 축소통폐합 하는 방식으로 기지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
/유영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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