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 7시간만에 풀려난 허민영 목사 일행은 외교통상부와 현지 대사관이 이라크 입국을 적극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바그다드행을 강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석방 허 목사 일행은 바그다드 시내 팔레스타인 호텔에서 한국의 특파원들과 만나 피랍 및 억류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미군의 첩자가 아니냐'고 거칠게 나오던 무장 괴한들이 신원을 밝히자 태도가 누그러져 물과 음식을 주었다"며 "억류돼 있는 동안 부당한 처우나 가혹행위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 목사 등은 또 "그들은 우리를 차에 태워 바그다드 시내에 내려주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들은 피랍과 억류 과정에서 부상 등을 입지 않고 모두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랍순간 목사 일행이 요르단 수도 암만을 출발해 이라크 바그다드로 향한 것은 7일 저녁 10시30분. GMC차량 두 대에 4명씩 나눠 탄 일행이 요르단-이라크간 고속도로를 달려 바그다드에서 1시간30분 거리인 수니 삼각지대 인근의 라마디 인터체인지에 도착한 것은 암만을 떠난 지 12시간만인 8일 오전 10시30분쯤이었다.
인터체인지를 벗어나 시내로 진입하는 좁은 도로로 들어서는 순간 길목을 지키고 서 있던 무장세력이 차량을 세웠다. 무장 괴한들은 민간인 복장에 복면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차량에 총을 겨누며 다가와 무작정 탑승자들을 끌어내렸다. 이들은 차량에서 한 사람씩 내릴 때마다 '패스포트'를 외치며 여권을 빼앗았다. 목사 일행은 "우리는 당신들의 친구인 코리안"이라고 몇 번이나 외쳤지만 괴한들의 거친 행동은 계속됐다.
김상미 목사 탈출 두 대의 차량에서 각각 4명과 3명이 끌어내려졌다. 차량 안쪽에 타고있던 김상미 목사까지 괴한들의 요구로 차에서 막 내리려는 순간 이라크인 운전기사가 차량을 급출발시켜 현장을 빠져 나왔다. 현장에서 약 1시간30분을 달린 끝에 김 목사는 바그다드 시내에 도착, 외국인들이 많이 묵고있는 바그다드 팔레스타인 호텔로 와 현지 공관에 7명의 피랍사실을 알렸다.
이라크 입국 과정 목사 일행 8명은 이라크 모술의 니느웨 선교신학교 개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5일 한국을 출발해 6일 요르단 암만에 도착했다. 일행들이 출국 당시 행선지를 이라크행이라고 밝힌 사실을 파악한 외교부는 이들의 가족에게 "이라크 상황이 매우 심각하니 입국을 포기하라고 권유하라"는 뜻을 전했다. 현지의 요르단과 이라크 대사관에서도 이들에게 연락을 취해 입국포기를 종용했다. 당국과 가족들의 만류로 목사일행은 7일 일단 이라크 입국을 취소하고 요르단과 주변국을 여행한 뒤 14일 귀국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오후 마지막 순간에 입국 취소방침을 변경하고 선교활동을 위해 바그다드행을 택한 것으로 외교부는 파악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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