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LG패션과 라이센스계약을 체결한 프랑스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회장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우선 계약기간이 10년이나 된다는데 관심이 쏠렸어요. 라이센스 기간은 보통 3~5년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거든요. 콧대높은 명품브랜드로는 드물게 의류나 용품 어디에도 직수입 조건을 내걸지않은 것도 인상적이었지요. 라푸마 보다 앞서 FnC코오롱과 라이센스계약을 맺은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팀버랜드가 신발 만큼은 전량 직수입을 고집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좋은 조건이예요.
대답은 LG패션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아시아 아웃도어시장 석권을 노리는 라푸마의 관심은 한국이 아닌 중국이며 한국은 아시아에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험대라는 거예요. LG패션이라는 대기업의 훌륭한 유통파워를 바탕으로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시장 특유의 쏠림현상이 불붙기만 하면 도약대로서의 역할에 손색이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겁니다.
유행에 민감하다는 소리는 최근 한 헤어디자이너와의 대화에서도 화제에 올랐어요. 그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유행민감지수가 있다면 아마도 한국이 1위일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뱅스타일이 유행하면 다들 앞머리를 자르고 노랑머리가 유행하면 다들 노랑색 염색을 해대니 세계적인 염모제 회사들이 아시아를 겨냥한 신제품을 내놓을 때 테스트지역으로 가장 선호하는 곳이 한국이라고도 귀띔하더군요. 일단 바람몰이가 되면 그 탄력으로 다른 나라를 공략하기 쉽다는 이유죠.
물론 유행에 민감한 것이 죄는 아닙니다. 더구나 트렌드 정보 제공을 업으로 삼는 패션담당 기자로서 유행을 좇는 사람들을 나무랄 처지는 아니죠. 그러나 대화가 끝날 즈음 그가 내놓은 한마디는 마음 한켠을 좀 심란하게 만들었습니다. “옆나라 일본만 가도 하라주쿠와 신주쿠, 또 아오야마에서 만나는 사람들 스타일이 각기 다 다른데 우리는 어딜가도 똑같잖아요. 이건 유행 보다는 국민성의 문제 같아요. 비슷해야 안심이 되는.”
/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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