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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주목! 새비디오& 꿩 대신 닭

입력
2004.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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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이사 가는 날. 짐꾼들이 뭔가를 트럭에 싣는다. 뭐지? 침대 아닌가. 어, 여자가 누워있네. 침대 위에는 거울이 붙어있고.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여자 다리가 없다. 잠깐, 여자가 뭐라고 그런다. “조심히 다뤄요. 아무리 산송장 식물인간이라고 해도 숨은 쉬니까.”

줄리 테이머 감독의 2002년작 ‘프리다’의 시작 화면은 눈길을 끌만하다. 대개 한 예술가의 삶을 그린 영화는 처음부터 튀기 마련이니까. 영화나 감독도 주인공 예술가처럼 뭔가 난해하고 기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일까. ‘프리다’ 역시 자화상에 콧수염을 그려넣은 것으로 유명한 멕시코의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1907~54)의 파란만장한 삶 만큼이나 빠르고 어지럽다.

영화는 프리다 갈로(셀마 헤이엑)의 학생시절부터 당대 최고의 화가 디에고 리베라(알프리드 몰리나)와의 결혼, 첫 개인전 후 술과 약물 중독으로 47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를 그린다. 프리다가 사고 후 침대 위에 붙여놓은 거울을 보며 깁스에 그림을 그리는 장면, 바람둥이 남편 디에고와의 동지적 관계(둘은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자였다) 등은 전기영화다운 재미를 준다. 그러나 한 여성의 불행했던 개인사가 너무 두드러진 탓에 예술가로서 프리다 칼로는 증발해버린 느낌이다. Frida. 18세 이상.

◆바스키아

장 미셀 바스키아(1960~1988)는 한때 뉴욕 현대미술을 대표했던 팝아트 계열의 요절 작가. 할렘의 콘크리트벽에 스프레이로 그린 낙서처럼 보이는 그의 그림은 만화와 드로잉, 기호와 문자의 과감한 채용으로 일견 재미있다. 도도한 기존 예술형식에 대한 직접적인 야유일 수도 있겠다.

‘바스키아’는 바스키아의 동료이자 신표현주의 작가였던 줄리앙 슈나벨이 1996년 영화감독으로 데뷔해 만든 작품이다. 28세라는 짧은 생애 때문에 영화도 바스키아의 극적인 20대 한때의 삶만을 물고 늘어진다. 클럽밴드 단원으로, 낙서화가로 살아가던 바스키아(제프리 라이트)는 친구 베니(베네치오 델 토로)의 소개로 화랑 일을 돕기 시작한다. 이때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데이비드 보위)과 거물 화상 브루노(데니스 호퍼)를 만나 그의 작가적 삶은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역시 바스키아는 천재였던 모양이다. 그렇게나 마약에 찌들고 바람둥이였고 자기 작품에 대한 혹평을 두려워 했으면서도, 요즘도 그림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여러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냈으니. 완성도가 높은 영화는 아니지만, 화려한 출연진과 제프리 라이트의 다소 수줍은 듯한 바스키아 연기가 볼만하다. 야릇한 상상을 자극하는 앤디 워홀과의 관계도 재미있다. Basquiat. 18세 이상.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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