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가 선거 중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민주당과 민노당은 8일 파병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며 쟁점화를 시도한 반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파병 강행으로 맞섰다. 파병 논란은 사실상 이번 총선전의 첫 정책 이슈인 데다 긴박한 이라크 상황과 맞물려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변수로 지적된다.
포문은 민주당이 먼저 열었다.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파병부대의 안전이 위협 받고 테러위협에 노출된 만큼 국민 여론을 다시 수렴해야 한다"며 "17대 국회 구성 후 재검토를 공식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총선공약으로 돌연 '파병 재검토' 카드를 내건 것은 탄핵으로 고착된 총선 구도를 뒤흔들어 국면 전환을 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파병을 놓고 내부 이견이 있는 우리당의 자중지란을 유도하면서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과 20·30대 및 진보진영의 표를 끌어 내겠다는 다중 포석인 셈이다. 장성민 전 의원이 "파병은 한나라당과 우리당이 공조로 만든 패착"이라고 몰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열린우리당은 즉각 "파병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파병 유보론이 흘러나오는 등 속사정은 복잡했다. 정동영 의장은 조성태 안보특위 위원장을 통해 "파병시기와 규모에 대한 재검토는 적절치 않다"는 뜻을 밝혔다. 박영선 대변인은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 야당이 파병문제로 정치공세를 펴선 곤란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강래 송영길 임종석 의원 등 소장파는 "내전상황에 평화재건부대를 보낼 순 없다" "미국과 파병시기·지역·규모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 파병안 처리 당시의 내부 갈등이 재연될 조짐도 보인다. 특히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움직임에 대해서는 "지지층이 이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파병 고수' 입장이 분명하다. 박근혜 대표는 "국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며 재검토론을 일축했다. 황진하 안보특보는 "정치논리에 주춤거려선 안 된다"며 파병 지원을 약속했다. 내부 혼선을 보이는 우리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보수층을 다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 불안감을 의식, "파병지의 치안사정과 여건을 조사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민노당과 자민련은 각각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보조를 맞췄다. 민노당 김종철 선대위 대변인은 "전면적 내전 상태에서 군대를 보내면 희생자가 속출하고 국민이 테러위험에 노출된다"며 파병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파병은 원안대로 추진하되 정부가 장병들의 안전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