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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몰린 중소기업/<하> 유통·서비스업도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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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몰린 중소기업/<하> 유통·서비스업도 한파

입력
2004.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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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딱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극심한 불황의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이 제조업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네 슈퍼마켓과 음식점 등 중소 유통·서비스업에도 경기 침체의 칼바람은 어김없이 불고 있다. 6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슈퍼마켓. 주부들이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오는 시간이지만 매장은 한산했다.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여 종업원은 팔짱을 끼고 한가하게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 김일규씨는 "외환위기 때도 150여 평 매장에서 하루 1,000만원 정도 매상이 올랐는데 불황에다 인근에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500만원 매출도 힘들다"며 "13명이던 종업원을 5명으로 절반 이상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동네 슈퍼마켓은 종업원 없이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해도 생활비 건지기도 어렵다고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KOSA)관계자는 귀띔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 한 대형 음식점. 저녁 식사 시간인데도 채워진 좌석이 별로 없다.

주인 최모(60·여)씨는 "저녁에 고기를 안주로 술 마시는 손님들이 많아야 수지가 맞는데, 저녁 손님은 거의 없어 5,000원짜리 점심 손님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며 "예전 같은 선거철 특수도 사라져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고 울상을 지었다.

통계청이 7일 2월 서비스업 생산이 1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는 통계를 내 놓았지만 대형 유통업체에나 해당되는 사항일 뿐 중소 유통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딴 세상 얘기다. 중소 유통·서비스업을 상대로 한 각종 조사는 서민들의 '악전고투'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각 시도 지회의 음식점 20% 가량이 휴·폐업했다.

월간 창업전문지 '창업& 프랜차이즈'가 수도권 편의점 336개 점포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투자비용을 전액 회수할 수 있다면 업종을 전환하겠다'고 답한 사업자가 전체의 73%에 달했다.

멀쩡한 가게도 문을 닫는 판이니 창업은 엄두도 못 낼 판이다. 올해 중소기업청에 책정된 소상공인 창업 지원액은 2,500억원. 예년에는 3월 말이면 바닥이 나던 창업 지원액이 올 해는 40%가량이나 남아 있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 박광열 소장은 "극심한 불황으로 도소매유통·서비스업 창업을 미루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장호 숭실대 겸임교수는 "불황 탓도 있지만 대기업이 덩치에 맞지 않게 중소 시장에 뛰어 드는 것도 중소 유통·서비스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 시키는 원인"이라며 "정부가 나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을 규제하고, 물류센터·리모델링 자금 지원 등 소상공인 지원책을 강화하지 않는 한 영세 업자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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