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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범람속 사진의 의미는…/올 봄 인물 사진전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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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범람속 사진의 의미는…/올 봄 인물 사진전 풍성

입력
2004.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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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화랑가와 미술관은 유난히도 사진전 물결이다. "연출에 의해 변조되고, 기획에 의해 각본처럼 꾸며진 이미지들의 범람… 총체적인 이미지의 부재"(프랑스 비평가 아녜스 드 구비용)의 시대에 예술로서의 사진은 범람하는 이미지들 속에서 시대와 인간의 의미를 길어올리려 한다. 인물을 대상으로 한 사진전들을 모아봤다.

박영덕화랑 '우종일―Nude & Nudity'(8∼18일)

20여 년간 미국에서 패션사진가로서 활동하다 귀국한 우종일(47)의 작업 50여 점을 선보인다. 그는 인체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흑백의 누드를 통해 드러내는 작가로 '보그' '하퍼스 바자' 등 유명 잡지를 비롯해 남성 누드 전문지인 '블루' '블랙 앤 화이트' 등에 작품을 기고해 왔다. 그의 작업이 아라키 노부요시, 로버트 메이플소스 등으로 대표되는 섹스와 죽음의 본능에 집착하는 누드 사진과 다른 것은 인체의 자연스럽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포착하려 한다는 데 있다. 자연광 아래서 인체의 선과 미를 드러내면서 억지 부리지 않고 누드와 그 내면적 심상을 조화시킨다.

일민미술관 '소녀 연기'(5월2일까지)

순수, 상업 사진의 영역을 넘나들며 '아줌마' '배우 이야기' 등의 초상사진 작업을 계속해온 오형근(41)이 소녀 이미지로 우리사회 한 단면을 읽어보려는 전시다. 여고생 교복을 입은 연기학원 수강생 70여 명을 모델로 한 대형 흑백 사진 60여점이 나왔다. 전시 제목처럼 작가가 보여주려는 것은 '연기(演技)'로서의 소녀성이다. 사진 속 여고생들이 보여주는 여고생의 이미지는 그들 자신에게 고유한, 실제적인 것이 아니라 TV나 패션잡지 등을 통해 체득된 소녀성이다. 미디어의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한미사진미술관 '천경우 사진전'(10일∼5월22일)

독일에서 활동하며 유럽 사진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천경우(35)의 3년만의 국내 작품전이다. 길게는 몇 십 분씩 대상을 장노출(長露出)시킴으로써 초점이 흔들리고 사라진 인물초상 작품들이 나왔다. 오랜 시간 카메라 앞에서 인내해야 하는 모델의 모습은 인화지 위에서 마치 빛의 입자와 시간의 단편이 내려앉은 것처럼 흐려져 버린다. 환영 같다. 천경우의 장노출 작업은 이처럼 현실의 장면에서 물리적인 시간과 구체적인 형상을 지워버림으로써 오히려 상상력을 복원하고 현실성을 실현시키려 한다. 사진은 무한한 시간 속에서 찰나를 포착하는 것이라는 일반적 생각과 달리, 윤회의 개념처럼 결코 잘라낼 수 없는 시간을 사진 속에 담아내려는 의도이다. 서구의 직선적 시간 개념과 대비되는 동양적 시간의식이 거기 담겼다.

갤러리 세줄 '팝 컬처(Pop Culture)'(8일∼5월16일)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기금이 소장한 프랑스의 대표적 사진작가 8명의 작품을 보여주는 아시아 순회전이다. 이 전시의 커미셔너 아녜스 드 구비용은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리얼리티 쇼, 전쟁 뉴스에서 보이는 폭발의 간헐적 섬광, 유명인이 머무는 호텔 발코니만 클로즈업시키는 텔레비전은 현실을 떠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허구를 생산한다… 동시대의 예술가들은 이렇게 대중매체에 의해 소통되는 문화적 사실, 효과의 악영향에 대한 미학적 주석으로서의 이미지들을 창작한다"고 출품작들을 설명한다. 잡지에서 끊임없이 부추기는 미의 기준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맹목적 욕구(장―폴 구드, 오를랑), 다큐멘터리 감각으로 거리에서 관찰한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드러낸 현대인의 모습(드니 다르작) 등 강한 현실 풍자와 패러디가 돋보이는 사진들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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