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엊그제 학벌주의 타파대책을 발표했다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부정했다. 토론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합치된 행정시스템으로 이를 추진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또 웃음거리가 됐다. 어려운 과제를 관계부처 협의가 미진한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했으니 일부의 지적대로 총선용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어차피 새로 논의를 해야 한다면, 행시·외시 등 각종 채용시험에서의 지방대출신 우대가 법적 정서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가 여부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여러 대책 중에는 교육부가 관계부처의 영향을 덜 받고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국립대 공익법인화도 검토과제로 들어 있다. 말은 검토사항이지만 발표내용에 들어 있으니 실천의지가 담긴 정책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야말로 면밀하고 폭 넓은 검토가 필요한 일이다.
대학의 공익법인화는 근본적으로 학벌주의 타파책이라기보다 대학의 구조조정에 관한 사항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를 공익법인화하는 것이 대학 서열화 방지의 유효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울대 폐지론을 역설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수월성에 대한 원망(願望)과 수요는 서울대라는 특정 대학의 모습을 바꿈으로써 해소되지 않으며 또 다른 서울대가 생길 수 있다.
공익법인이 되면 대학의 자율성이 커지고 입시제도를 비롯한 학사행정 전반이 많이 달라지는 긍정적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반면 총장 선임과 교수 임기제 등을 둘러싼 학내의 대립, 등록금 상승 등 지금도 심각한 문제가 더 커질 것이다. 특히 중요한 문제는 경제·기업논리에 의해 아카데미즘과 학문논리가 배척되거나 더 취약해지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 달부터 99개 국립대를 특수 행정법인화했지만, 그 과정이 10년 이상 걸렸다. 여러 부작용과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기반부터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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