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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디지털 기술전쟁 시작됐다/후지츠, 삼성 상대 PDP특허 침해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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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디지털 기술전쟁 시작됐다/후지츠, 삼성 상대 PDP특허 침해訴

입력
2004.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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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디지털 전자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온 한국과 일본의 전자업계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등에서 세계 선두로 나선 한국 업체를 겨냥해 추월을 당한 일본 업체들이 '원천기술'을 무기로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삼성SDI와 일본 후지츠가 최근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관련 특허 소송에 휘말린 것을 두고 국내 전자업계는 한일 기술전쟁 개막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일 기술전쟁 신호탄

일본의 후지츠는 최근 삼성SDI가 자사의 PDP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일본의 법원에 삼성SDI,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수입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후지츠의 움직임을 간파한 삼성SDI는 2월말 미국 법원에 "후지츠가 주장하는 PDP 관련 특허는 30여년간 미국 기업들의 연구를 통해 공개된 기술"이라는 이유로 특허무효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

삼성SDI 관계자는 "PDP 특허와 관련,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후지츠가 갑자기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최근 2년 사이 고속성장을 하며 일본 업체를 추월한 한국 업체를 견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PDP 세계 시장은 2001년만해도 일본 업체들이 97%를 차지하며 독식해왔지만 올들어 한국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 특히 시장 선두를 차지했던 후지츠와 히타치의 합작사인 FHP는 지난해부터 삼성SDI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앞선 기술을 갖고도 한국 전자업체에 추격을 허용한 일본 전자업체는 기술 관리를 잘못해 스스로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삼성SDI의 소송사태는 한일 기술전쟁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뜨거워지는 신경전

일본정부와 민간 업체는 한국을 겨냥한 '기술 단속'에 총력을 쏟고 있다. LCD TV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 LG전자와 경쟁 중인 샤프는 재료 가공법에 대해 특허를 아예 신청하지 않았다. 특허 신청 자체가 기술 공개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전자재료 업체들과 함께 전자분야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민관합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29일 첫 회의를 갖기도 했다.

일본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한국 업체들도 대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말 PDP 2기 라인을 설치하면서 내부 장비를 모두 직접 설계해 국내 업체에 주문 제작했다. PDP 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문제는 신경전이 치열할수록 기술면에서 아직 일본을 따라잡지 못한 국내 업체가 고전을 할 수 있다는 점. 삼성전자 등은 러시아나 중국 등 기초과학 수준은 높으면서도 기술이전에 대한 규제가 없는 제3세계 국가의 연구소 및 대학에 기술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연구개발(R&D)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미래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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