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지하철에 갇혀 있는 환영이 떠올랐어요. 숨이 콱 막히고…."대구지하철 1호선 방촌역에서 화재가 발생한 6일 오후7시20분께 이곳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동구 검사동의 한 아파트. 지난해 지하철방화참사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안세훈(20)씨의 어머니 김순복(45)씨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TV에 '방촌역 화재'라는 자막이 뜨자마자 김씨는 두근대는 가슴을 억누르며 전화기를 들었다. 순간 머리 속에는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앙로역 지하철참사의 악몽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는 "아직 (취업)학원에 있다"는 아들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넋을 잃은 듯 한동안 꼼짝을 못했다.
방화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황준오(37)씨는 이날 현장확인을 위해 아예 방촌역으로 달려갔다. 지하철참사 사망자대책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젠 지하라는 말만 들어도 겁이 나고 진저리가 쳐진다"며 고개를 돌렸다.
이날 불은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었다. 방촌역과 종합사령실 직원들의 즉각적인 대응으로 승객대피와 화재진화가 과거 보다는 빠르게 이뤄져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도 잠시. 화재가 발생한 방촌역 변전실 계기판이 잦은 고장을 일으켰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는 비보에 시민과 유족들은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별일 아니었네요"라는 지하철공사측의 무심한 반응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또 큰 사고가 나면 대구는 끝장이에요. 사랑하는 가족을 지하철불에 빼앗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제 마지막이길 빕니다." 7일 활기를 되찾은 중앙로역과 방촌역 승객들 사이로 유족들의 애타는 기원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전준호 사회2부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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