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등 소수 대형株가 주가올려外人비중 43.5%… 내국인은 들러리
대만보다 100兆적어 "아직은 저평가"
시가총액 400조원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잔치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시가총액 상승은 외국 투자자들이 과점하고 있는 소수 대형주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개인 등 국내 투자자들이 철저히 소외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비중 300조 때보다 2배 늘어
거래소 시가총액이 400조를 돌파한 것은 1999년 8월25일 300조를 넘은 뒤 4년 반 만이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963포인트(시가총액 305조원)로 외국인 비중은 20.6%였다. 하지만 7일 현재 외국인 비중은 43.5%(2일 기준)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시가총액 300조원을 돌파한 99년 당시 국내 증시는 외환위기 이후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의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며 주가가 역대 3번째로 900선을 돌파했다.
이후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확대되며 지수는 1,000을 전후한 상승국면을 지속해 결국 이듬해 1,059포인트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현재의 시가 총액 상승은 외국인의 '나홀로 순매수 행진'에 힘입은 것이기 때문에 향후 주가를 쉽사리 낙관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외국인 보유비중이 50%를 넘어서는 기업은 4개이며, 2개는 49%에 달한다. 특히 이들 종목의 평균 유통주식 비율은 전체 주식의 22.5%에 불과해 지난해 초 33.1%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줄어들었다.
외국인들이 국내 블루칩을 과점한 상태에서 소규모 매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블루칩 매수에 본격 나서는 순간이 외국인들이 털고 나가는 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쟁국과 비교해 아직은 작은 증시
그러나 국내 증시는 아직 저평가 상태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 1위인 제너럴일렉트릭(GE) 1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351조원(3월말 기준)인 점과 비교하면 국내 증시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6일(원·달러 환율 1,150원)을 기준으로 홍콩증시의 시가총액은 584조원, 대만 504조원으로 우리나라보다 100조원 이상 크다. 또 영국 843조원, 일본은 2,500조원 규모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도 경쟁국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주요국의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살펴보면 홍콩이 284.2%(이하 2002년 기준)로 가장 높고, 영국(115.6%), 싱가포르(112.5%), 미국(86.3%) 등의 순이었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현 시가총액 수준은 국내 GDP와 대비해 볼 때 62% 정도의 비율로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이번 시가총액 400조원 돌파는 외국인들이 한국증시를 높게 평가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국내 경제가 수출 하나에만 매달려 있는 상태이어서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서는 등의 증시활황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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