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것이었지만 영화가 완성된 뒤에는 어머니가 한국을 떠나게 된 심정을 이해하게 됐습니다."지난 2일 개막한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에 다큐멘터리 '세상 끝까지'를 출품한 리사 마도에린(28·사진) 감독은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스위스인이다.
마도에린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던 중 부모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제목 '세상 끝까지'는 자신의 어머니 김명희씨에게 "세상 끝까지라도 당신을 쫓아가겠어."라고 말한 일본인 아버지 아키오 이치가와의 사랑 고백에서 따온 말.
하지만 어머니는 마도에린을 혼자 낳아야 했다. 마도에린은 서류상 외삼촌의 딸로 태어나 3년 뒤 한국에 사망신고서를 내고 어머니와 스위스로 건너간다.
영화는 남성중심의 한국 사회가 싫어 떠난 어머니와 어린 나이에 스위스에 이주한 자신의 고단했던 삶을 그리고 있다. 7년 만에 한국을 찾아 8년간 머물었던 경험에서 생긴 정체성의 고민을 대학 졸업작품 소재로 택했고 촬영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부터 부모님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지만 편집하다 보니 마음에 들고 감동적인 부분은 모두 부모님에 관한 것이었다"며 "한국이 많이 변했지만 가부장적인 관습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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