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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탄핵 後 28일, 선거 前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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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탄핵 後 28일, 선거 前 7일

입력
2004.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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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의 폭풍이 잦아들면서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전국의 총선 판세도 '탄핵심판론'과 '거여(巨輿)견제론'이 만나는 곳쯤에서 형성돼가고 있는 듯하다. 3월12일 오전 11시 56분 일어난 일이 무엇을 뜻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차분히 되새길 때도 됐다.탄핵사태에 대한 정의 내리기는 그 동안 그 자체로 논란을 불렀다. 지난달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과 가진 회견이 한 사례다.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는 만큼, 탄핵은 한국 정치가 변화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한 마디를 놓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아전인수식 공방을 벌였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도 탄핵사태에 대해 여러 정의를 내리다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강 장관의 말 가운데 "탄핵은 국민이 우리 헌법을 공부할 소중한 기회"라는 부분에 대해선 발언 의도를 떠나 공감이 간다. 국민의 학습효과가 너무 큰 나머지, 우리의 정치가 탄핵 전과 탄핵 후가 결코 같을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가결된 날 신문들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일이 현실화됐다"는 한 의원의 말을 인용했다. 그런데 그 뒤 일어난 일은 학생들이 교과서 내용을 숙지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벽하게 통제한 실험실에서 진행한 실습과 같았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 나아가서 우리가 채택한 대통령제에 대한 철저한 조련(調練)과정이 됐다.

그래서 탄핵사태가 남길 긍정적인 유산들에 주목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정치를 '여(與) 대 야(野)'가 아닌 '대통령 대 국회'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점을 꼽고 싶다. 당정분리는 허울뿐이고 최근까지 대통령과 여당을 따로 볼 수는 없었다. 더욱이 쟁점현안을 놓고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에 동조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사실상 대통령과 국회간의 대립 과정으로 일반에게 각인됐다. 촛불집회에 야당탄핵이 아닌 국회탄핵이라는 구호가 등장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대통령제 운영의 근간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우리 정치에서 두 개의 원리가 함께 작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탄핵사태가 우연히도 이를 작동시킬 여건을 만든 것이다.

국회에서 의원들의 투표행태도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탄핵의 역풍을 직접 맞거나, 그 피해를 목도한 의원들은 앞으로 결코 맹목적인 투표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 지도부는 어떤 불이익을 위협해도 의원 개개인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연쇄적으로 대통령의 의회에 대한 태도도 변할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웨스트윙'에서 미국의 대통령이 지원유세를 하는 장면을 인상적으로 보았다면, 또한 미국의 대통령이 여당의 평의원에까지 전화를 걸어 부탁을 하는 모습을 눈여겨 보았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탄핵사태는 또 유권자에게 1주일 뒤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가르쳐주고 있다. 보스의 통제력이 사라질 17대 국회에서 의원 개개인의 자질은 다른 어떤 이슈보다 중요하다. 확신에 따라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여당의원, 역으로 소신에 따라 대통령을 지지할 수 있는 야당의원이 필요한 때다. 유권자가 투표에 앞서 이런 교훈을 곱씹을 때, 탄핵사태는 역사의 오점이 아닌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

/유 승 우 정치부 부장대우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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