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통의 인천 학익동 윤락가가 11월까지 폐쇄된다고 한다. 1962년부터 조성돼 숭의동 옐로 하우스와 함께 인천의 대표적 윤락가로 꼽혀 온 곳이다. 현재 이 곳에는 60여 업주와 180여명의 윤락녀가 있는데, 업주 중 70%가 수천만원의 권리금을 낸 세입자들이다. 인천시는 건물 감정평가를 거쳐 보상을 해 주는 방식으로 모두 없애기로 업주들과 합의했다. 인류역사 이래 계속돼 온 윤락과 집창촌을 뿌리 뽑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남구의회와 인천시의 합동작전이 계획대로만 추진된다면 민주적 절차에 의한 집창촌 폐쇄의 모델로 꼽힐 만 하다.■ 여성부가 최근 전국의 69개 집창촌을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까지 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만들고, 성매매 알선업주들의 이익을 추징·몰수하며 피해여성들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현장상담센터도 올해 10군데를 열어 2007년까지 65군데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예산계획은 없다. 게다가 여성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닌데 내쫓는 식의 폐쇄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모르겠다. 공창을 인정해 온 대만도 1997년에 폐지선언을 하고도 반발이 심해 2001년에야 겨우 매춘면허를 회수했다.
■ 집창촌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방침은 1)금지주의 2)규제주의 3)규제 폐지주의로 대별된다. 규제주의란 특정지역에서만 영업하도록 조건부 허가를 내주는 것이다. 규제 폐지주의는 정부가 더 이상 관리·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1876년 일제에 의해 부산에서 처음 공창이 운영된 바 있는 우리나라는 금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1969년에 윤락행위방지법을 제정하고 1995년 양벌규정을 추가했는데, 당초 창녀라고 부르던 윤락여성들을 최근엔 성매매 피해자로 보는 시각에서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 어제 윤락업주들이 최초의 공창이 있었던 부산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촌, 대구 자갈마당, 인천 옐로 하우스, 부산 완월동등 전국의 유명윤락가 대표들이 모였다. 이들은 재산권 침해소송과 헌법소원을 추진하거나 집창촌을 진짜로 없애는 게 좋은지 여론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터(한 터전에서 일하는 사람들)라는 단체이름에서도 드러나듯 업주들은 집창촌이 불법이긴 하지만, 엄연한 삶의 터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밀창(密娼)이 전국 도처에 깔린 상황에서 벌어진 정부와 집창촌의 싸움결과가 주목된다.
/임철순 수석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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