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만큼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전쟁의 상흔을 씻고 함께 희망과 평화를 전하는 메시지였다. 6일 오후 한국과 이라크 올림픽 축구대표팀간 친선 경기가 열린 서울 월드컵 경기장. 이라크 평화 재건부대(자이툰 부대)의 현지 파병을 앞두고 양국 친선을 위해 마련된 이날 경기는 승패를 떠나 축제 한마당이었다.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가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등을 연호하면, 사막 야전복장으로 '이라크 프렌드(IRAQ FRIEND)'라는 영문 카드섹션을 관중석에 연출한 자이툰 부대 장병과 가족 5,000여명은 '오 필승 이∼라크'로 화답했다.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은 장병들은 푸른색 대형 천을 이용, '희망과 꿈, 미래, 여러분과 함께'라고 쓴 영문 및 아랍어 플래카드를 흔들며 파도타기 응원을 전개, 분위기를 달궜다.
양국 선수들은 관중의 성원에 페어플레이로 응답했다. 결과는 김동현이 결승골을 넣은 한국의 1―0 승리였다. 이로써 한국은 양국 올림픽팀간 역대전적에서 2전 전승을 기록하게 됐다.
14일 말레이시아와의 올림픽 예선 4차전에 대비, 전력점검에 나선 한국은 조재진(수원)과 최성국(울산) 대신에 정조국(FC서울)과 김동현(수원) 등을 최전방에 선발로 내세웠다. 전반 7분 슈팅을 시작으로 상대 문전을 활발히 두드리던 김동현은 38분 첫 골을 신고했다. 오른쪽 코너부근에서 전재운의 프리킥을 문전에서 솟구치면서 헤딩슛, 네트를 갈랐다.
이라크는 월드컵 4강 진출국인 한국을 꺾겠다는 듯 볼에 강한 집착을 보였으나 전반 29분 미드필더 살리아의 위협적인 터닝 슛 이외에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후반 들어 정조국 대신 최성국을 투입한 한국은 파상공세를 폈으나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23분 김진용(울산)의 슛이 골대를 빗나간데 이어 2분 뒤 김동진(FC서울)의 오른발 슛도 골포스트에 맞고 말았다. 오히려 이라크의 골잡이 압바스에게 몇차례 위기를 허용하기도 했다. 이라크 선수들은 경기종료 후 자이툰부대 응원석으로 가 성원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축구 경기에 앞서 평화를 기원하는 식전 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평화의 축구공 이라크 전달식, 양국 유소년 대표팀의 자매결연 행사, 어린이 합창단의 평화기원 합창, 풍선과 평화의 비둘기 날리기 행사가 이어졌다. 이날 경기는 이라키안 TV를 통해 이라크에도 생중계됐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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